2012년 영화 ‘광해’와 ‘피에타’는 우리 영화계의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관객 수 1000만명 돌파’ 그것을 떠나, 당시 광해의 상영관은 1000개가 넘었던 반면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피에타는 153개에 불과했다. 다시말해 배급사인 CJ E&M이 민 광해는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화제작으로 떠오른 피에타는 ‘보겠다’는 굳은 마음을 먹기 전에는 상영관조차 찾기 어려웠다. 이에대해 정치권을 비롯 각계에서는 ‘좋은 영화가 평가도 받기 전에 사장될 우려가 있다’며 대기업이 상영관을 독식하는 영화계 현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CJ CGV와 롯데시네마 등 재벌들의 ‘상영관 밀어주기’가 2014년 처음으로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배급사 등이 배급하는 영화에 대한 스크린 수,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5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최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CGV는 CJ E&M이 배급한 광해가 경쟁 영화보다 좌석점유율이 낮았는데도 스크린 수를 줄이거나 종영하지 않았다. 롯데시네마도 2012년 개봉한 영화 ‘돈의 맛’에 상영관을 몰아줬고, 같은 회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이를 배급했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CGV와 롯데시네마가 향후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영화 볼 수 있는 권리가 재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 자체가 불행하고 불쾌한 일이다. 상영관을 장악한 몇몇 재벌 배급사 때문에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되지 못하거나 개봉후 얼마 안 돼 막을 내리는 것은 불공정하고 부당하다. 대형 배급사의 ‘밀어주기’ 횡포는 이번 공정위 조치를 통해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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