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F학점을 준 대자보가 등장했다. F학점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 편향돼 있다는 인식이다.
연합뉴스는 경희대에 나붙은 대자보 내용을 30일 소개했다. 대자보는 오늘날 한국 경제위기의 해결방법을 묻는 시험문제 형식을 띠고 있다. 정부의 대책을 답안으로 두고, 이에 대해 조목조목 점수를 매겼다고 한다. 결론은 F학점이었다. 경기활성화 대책과 비정규직 대책이 모두 현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채점’했다.
이같은 인식이 한 대학생만의 의견은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구소가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점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C학점’이 31.7%로 가장 높았고, 이어 ‘B학점’(24%), ‘F학점’(18%) ‘D학점’(15.7%) 순으로 집계됐다. 극단적인 부정적 평가인 F학점은 올 6월 조사에 비해 8.6%p 높아졌다. A학점을 4점, F학점을 0점으로 환산한 점수는 1.85점으로 6월 조사의 2.07점보다 낮아졌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정책이 편향됐다는 응답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정부의 기업정책이 “대기업중심”이라는 응답은 72.5%였다. 지난 6월 조사에서 62.6%였던데 비해 9.9%p가 늘었다.
세금정책 역시 76%가 부유층에 유리하다고 답한 반면, 서민층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15.3%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지난 6월 조사의 64%에 비해 12%나 상승했다.
정부는 억울해할 지도 모른다.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편향이 아니라고 항변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기업을 향해 휘두르는 칼은 무디기 짝이 없고, 중소기업에게 걷어가는 세금은 늘어만 가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기업환류세제가 그렇다. 임금과 배당,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일정 이상의 유보금을 쌓아두는 기업에게 과세를 하겠다는 이 세제는, 투자유형에 업무용 부동산을 인정한 순간 사실상 무력화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주간금융브리프’를 통해 발표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중 투자범위 설정의 과제’에서 기업이 투자라고 부르는 부동산 취득 등은 국민계정상 부가가치를 늘리는 투자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계열사 지분투자, 타사주 매입, 예금, 채권, 토지 및 부동산 매입 등을 투자로 인정하면 국민계정상 투자가 부족해 경기활성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게 적용되는 다양한 공제들이 사라지는 와중에 대기업에게는 꼼꼼하기 짝이 없는 배려가 배풀어지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의 F학점보다, 개선될 여지가 부족해보이는 정부의 인식이 더욱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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