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흥남철수’를 겪은 ‘아버지’ 세대가 겪는 파독이나 베트남전 참전 같은 근현대사 옹이들을 훑은 영화다. 대통령은 이 영화에서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하는 나라사랑 정신에 감명받은듯 보이고, 1970년대부터 노동운동을 했다는 김문수 씨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피땀 없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다분히 철학적 감상평을 내놨다. 반면 한 젊은 영화평론가는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다”는 식의 평을 달며 “토가 나온다”는 발언을 더해, 보수매체의 몽둥이찜질을 당했다. 또 다른 영화평론가 역시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논란이 번지는 만큼 흥행은 제대로 탄력을 받았다. 누적관객 1280만명짜리 ‘7번방의 선물’과 동일한 속도로 흥행몰이중이라 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아버지’ 세대를 다룬 또 다른 영화다. 76년을 해로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주재료다. 연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찍어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1년3개월 카메라가 돌아갔으니 그야말로 ‘시간의 영화’, ‘슬로우 시네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겠다. 이 영화 역시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혔다. 개봉한지 5주차가 돼가는데 아직도 점유율 13%를 넘기며 박스오피스 3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관객은 360만명. 힘이 다할만 하면 다시 탄력을 받는 품이 천상 ‘회춘’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같다. 조미료 없는 음식처럼 담백한 영화라더니, 흥행에 기폭제가 될 논란이나 해프닝도 없다. 그저 강물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중이다.
우리 영화판에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는 것이 반갑다. 총격신이나 CG 그래픽 대신 쌀자루 들어올리는 우리식 ‘액션’도 좋고, 키크고 잘생긴 젊은이들뿐 아니라 흰머리 굽은 허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반갑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더니, 시대가 아프니‘엄마 아빠’를 찾고 사랑에 길을 묻는 건 아닌지 슬며시 안타까운 심정도 든다. 산업으로 볼 것인가, 예술로 볼 것인가, 영화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는 내 알 바 아니다. 감독을 포함한 제작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이야기를 원하는 구도로 끌고 나가면 그만이다. 그 안에 어떤 철학을 담을지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결정할 문제다. 가벼울 수도, 저급할 수도, 유치할 수도, 지루할 수도 있다. ‘관용하지 않을 자유’를 주장하는 것만 아니라면, 그 안에 어떤 것을 녹여내도 괜찮다. 평가는 관객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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