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입하라던 보험 광고가 입소문을 타더니 이번에는 아예 한 대부업체가 “이것저것 묻고 따져서 시간낭비 할 필요 없다”며 “누구나 상담 필요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다고 강변한다. 그리고는 “백만원 그까짓 것 이자 없다”고 못을 박는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해 한 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젊은 남녀 모델을 등장시켜 “바쁠 땐 택시 타듯, 할인마트 갈 시간 없을 땐 편의점 가듯, 비싼 만큼 안심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한다고 속삭인 바 있다. 이어 나온 광고에서는 새내기 직원으로 분한 광고모델이 “대부업체가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연 최고 38.81%의 초고금리를 적용하는 곳이다. 3년이 채 되기 전에 빚이 갑절로 는다. 그나마 지난해 7월부터 ‘신용도가 다소 좋은’ 1/3 가량에 적용하는 이율이 29%대로 떨어졌다. 앞서 예로 든 ‘백만원 무이자’ 상품도 ‘이 회사 대출 경험이 없는 신규고객에 한해 첫 1개월간만’ 이자와 수수료를 면제하는 것이다. ‘평생 한번, 1개월간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인 셈이다.

“백만원 그까짓 것”이라는 경악스러운 문구도 문제다. ‘백만원’이 적은 금액인가? 서울연구원과 에듀머니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월수입 1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이용자의 90%가 다중채무자였다. 기존에 부채가 있는 저소득층이라면 쉽게 갚아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더욱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시청자에게 “그까짓 금액 쉽게 빌리시라”고 무차별로 부채질하는 것은 야만적이기까지 하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어린이의 95%가 “대출 광고를 본 적 있다”고 답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가뜩이나 대부업체 광고는 귀여운 캐릭터와 반복적인 문구로 어린이에게 침투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돈은 쉽고 친숙하게 초고금리로 빌리면 되는 것”이라고 가르칠텐가?

대부업은 술, 담배와 마찬가지로 ‘필요악’에 가깝다. 겉으로 드러나는 광고 문구의 합법성 및 사실부합성과 별개로, 메시지가 전하는 함의와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새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대부업 광고 규제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더해 매체와 시간뿐 아니라 내용과 표현에 대한 고민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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