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법에 따라 혹은 상법개정 사실을 모르고 가족이나 지인 등 다른 사람 명의를 빌려 회사를 설립했다면, 이번이 명의신탁 주식을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 6월23일부터 중소기업의 명의신탁 주식을 실소유자에게 환원하는 과정을 간소화한 ‘명의신탁 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 2001년 7월23일 이전에 설립된 법인이어야 하는 등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국세청은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시행 초기에 대상을 축소해 적용하지만 문제없이 운영되고 확대하자는 의견이 계속 들어오면,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제도를 이용하더라도 당초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납세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명의신탁 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제도 시행=실소유자 확인신청을 할 때 증빙서류가 미비하더라도 중소기업의 경우 복잡한 세무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게 된다. 신청서류와 국세청 보유자료 등을 활용해 명의신탁 주식 환원이 간소하게 이뤄지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주식발행법인이 2001년 7월23일 이전에 설립됐으며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제2조에서 정하는 중소기업에 해당해야 한다. ▲또 신청인인 실제소유자와 명의를 빌려줘 주주명부에 등재돼 있던 자가 모두 법인설립 당시 발기인이며, 법인설립 당시에 명의신탁한 주식을 실제소유자로 환원하는 경우여야 한다. ▲아울러 실제소유자별·주식발행법인별로 실명전환하는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30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주식가액은 비상장법인의 경우 실명전환일 직전사업연도 1주당 순자산가액에 실명전환주식수를 곱한 값으로 정한다. 상장법인인 경우 실명전환일 이전 2개월간 종가평균액 또는 1주당순자산가액 중 큰 값에 실명전환주식수를 곱한 값이다.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신청서

  ©중기이코노미

실소유자는 ‘명의신탁주식 실제소유자 확인신청서’를 주소지 관할세무서(재산세과)에 제출해 확인을 받을 수 있다. 신청 시에는 중소기업 등 기준검토표, 주식발행법인이 발행한 주식 명의개서 확인서, 신청인(실제소유자) 및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 확인서 또는 진술서를 첨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그러나 “이 제도는 주식의 명의신탁 증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라며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도를 통해 명의신탁임이 입증될 경우 당초 명의신탁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부과의 제척기간은 15년”이라며 “1999년 이후 설립된 법인의 경우에는 당초 명의신탁 행위에 대한 증여세가 실소유자에게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확인신청 제도 활용할 수 없다면 증빙갖춰 소송 대비=이번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면, 명의신탁 증빙을 갖춰 민사나 조세소송 등에 대비해야 한다.

법무법인 ‘민주’ 박진호 변호사에 따르면 주식 명의신탁이후 회사가 성장해 기업가치가 높아졌을 때 차명주식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법률적인 사안들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명의신탁 주식 실소유자 확인신청제도 설명회’   ©중기이코노미

둘째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신탁관계를 시인하면서 자진해서 주식을 반환하고자 하는 경우라면 명의신탁 해지를 통해 차명주식을 회수하면 된다. 이 경우 해지의 의사표시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 즉 내용증명을 통해 명의수탁자에게 발송하거나, 명의신탁 해지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합의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두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셋째 명의신탁 해지에 따라 주식을 반환받는 경우 그에 따른 세금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이뤄지는 경우 최초 명의신탁 시점에 해당 주식에 대한 증여가 있는 것으로 의제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세무당국에서는 주식명의신탁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명의신탁 후 배정 무상주, 증여세 안낸다=기획재정부는 국세예규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 “당초 명의신탁된 주식(구주)에 기초해 이익잉여금의 자본전입에 따라 추가로 배정된 무상주(신주)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하기 어렵다”고 지난 11월11일 밝혔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란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등기 등이 필요한 주식·특허권·선박 등의 재산을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게 등기한 경우에 적용하는 제도다. 그 재산을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했다고 보고,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한다.

당초 과세 문제를 놓고 대법원과 기재부 예규가 상충돼 왔다. 대법원은 이익잉여금 자본전입에 따라 발행되는 무상주(신주)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할 수 없다고 판결했고,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취지에 따라 이번에 기재부 예규가 변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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