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난해 5월의 일이다. 휴일 저녁 방송뉴스에서 흘러나온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죽여 버리겠다” “…XX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섬뜩함 그 자체였다. 이른바 남양유업 막말파문이었다. 당시 남양유업의 한 30대 영업사원이 50대의 대리점 업주에게 물품 구매를 강요하며 내뱉은 말이 인터넷과 방송에서 퍼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남양유업 경영진들은 국민 앞에 사과했다. 그리고 남양유업은 “해당 영업사원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태의 엄중함을 감안해 즉각 수리했다”며 “임직원 인성교육시스템을 재편하는 등 이번과 같은 사례가 결코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미봉책을 발표했다. 최소한의 예의마저 실종된 개인의 폭언도 문제였지만 우월적 지위를 갖는 ‘갑질’ 논란이 불거져 나온 사건이었다.  

  

올 들어서는 고위공직자의 발언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최근 카드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 “어리석은 사람이 무슨 일 터지면 책임을 따진다”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며 개인정보 유출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 넘기는 듯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 부총리의 ‘국민 탓’ 발언에 이어 이번에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발언과 행동이 문제였다. 윤 장관은 지난 1일 전남 여수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기름유출 피해를 당한 여수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으로 코를 막고 입을 가리는 듯한 행동을 했다. 또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보상 문제는 원유사하고 보험회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윤 장관은 지난해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양 정책과 관련한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성의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거나 “모른다”고 해 자질 논란을 일으켰다. “모르면서 왜 청문회에 나왔느냐”는 의원의 질문에는 “글쎄요”라고 답하는가 하면, 질문과 답변 중간 중간에 헛웃음과 혼잣말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실소를 자아내 네티즌사이에서는 ‘인사청문회 스타’로까지 조롱을 받은 바 있다.

현 부총리와 윤 장관 모두 오해라며 해명했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해 하는 국민들과 기름피해를 입고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 앞에서 공직자로서 할 수 있는 언행인지 석연치 않다. 그래서 사태 인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가 있고, 마치 남양유업 막말파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주재석상에서 최근 공직자들의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마음에 상처주고 불신을 키우고 있어 유감이라며 재발시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에 상처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길 바란다”며 “국민을 위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임해주길 바라면서 이런 일의 재발시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부총리에 이어 윤 장관의 발언은 국민마음에 상처를 주고 불신을 키운 발언인지 아닌지, 이번 윤 장관의 언행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막말파문을 일으킨 영업직원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남양유업은 이를 수리했다. 혹 입조심 경고로 끝났다면 국민들은 납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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