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T 신용완 대표이사

1989년쯤 필자는 미국산 CD-ROM 드라이버 0.5 배속을 들고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아 “신문이 사라진다”고 떠들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들고 있는 CD를 보여주면서 그 편리함과 진일보된 기술을 강조했다. 당시 CD 타이틀은 미국 회사의 백과사전과 몇 개의 타이틀 만이 있던 시대라 다른 이에겐 요원한 미래일 뿐이었다.

CD-ROM 드라이버와 미국 CD 타이틀 회사와 계약을 하고, 대박의 꿈을 꾸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 용산의 전자상가와 컴퓨터 업체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나 확신에 찬 필자의 목소리에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는 표현이 실감나는 상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1989년 당시 공산권 국가로는 최초인 한국-헝가리 공식 외교관계 수립이나 KAL기 트리플리 추락사고, KAL F-28기 김포공항 이륙 후 추락사고 등 국내외 굵직한 소식들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신문으로 접했을 때였다.

더욱이 지금과 달리 영화나 동영상 등 영상매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젊은 층들은 자연스럽게 서점을 찾던 시절이다.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비롯 ‘성자가 된 청소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으면 여자한테 쉽게 딱지맞는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1989년쯤 필자는 미국산 CD-ROM 드라이버 0.5 배속을 들고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아 “신문이 사라진다”고 떠들고 돌아다녔다.<사진=위키미디어>

하지만 필자의 예상과는 반대로 신문과 잡지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아침뉴스와 읽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며 매체의 존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세계에서 인터넷이 제일 빠른 나라로 등극하는 등 IT강국으로 대한민국이 부상했지만 지금도 신문과 잡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이제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뉴스나 세상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하게 된 것이다.

CD-ROM, CD 타이틀 등의 사업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알았지만, 너무 앞선데다 혼자만의 자신감 때문에 결국 뼈아픈 실패로 끝난다. 만약 꾸준하게 CD-ROM, CD 타이틀 사업을 계속했다면 하는 아쉬움 또한 남는다. 어떠한 사업이든지 지속적인 투자나 미래 설계없이 단순히 아이템 하나만으로 대박을 꿈꾼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미래를 예측했다면 준비된 사업 기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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