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마저 갑질 행태를 벌이다 공정위에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직접 경영진을 임명하는 대형 공기업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감이 커진다. 준법경영 마인드를 전혀 검증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지경이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갑질행태가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받은 공기업은 한전, LH(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이다. 하나같이 SOC에 해당돼 공기업 형태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 분야다. 따라서 국가가 법으로 이들 공기업을 설립해 해당 분야의 관리를 맡기고 있다. 하도급업체들이 부당하다는 의사를 표현하지도 못하는, 업계의 유일한 ‘갑’들이 진짜 갑질을 벌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적발된 한전의 경우, 거래상대방에게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자신의 예정가격 작성시 착오가 있다며 일방적으로 공사대금을 회수하거나, 준공금을 지급할 때 계약금액보다 감액해서 지급하는 행태를 벌였다. 먼 과거의 일도 아니고 2011년 3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총 80건의 계약건에서 이같은 갑질을 벌였다.
도로공사는 2009년 이후 고속도로 건설계약을 체결할 때 자체 예산사정 등을 이유로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휴지기간을 정하고, 이 기간동안 거래 상대방에게 공사현장의 유지·관리의무를 부여했다. 문제는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당한 계약을 체결해왔다는 데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휴지기간에 대한 법령상의 근거조차 없다.
철도공사와 가스공사, 그리고 지난 5일 공정위에 적발된 LH와 수자원공사 등은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2008년부터 2014년 기간 동안 ‘주암댐 여수로 공사’ 등 7건의 턴키공사 수행 과정에서 공사금액을 증액할 때,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정한 대로 ‘설계변경 당시의 단가’를 적용하지 않고 단가에서 일정 비율만큼 감액한 ‘조정단가’를 적용해 정당한 대가에 부족한 금액을 지급했다.
2012년 이후 2건의 최저가 낙찰공사 수행과정에서는 공사물량 증가 시 ‘최초의 계약시점에서 적용된 실적공사비 단가’를 적용해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했다.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는 이 경우 ‘설계변경 시점에서의 실적공사비 단가’를 적용해 공사대금을 증액해 줘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철저히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넘기는 행태를 인정해줘서도 안된다. 물론 실무자에게 업무규정에 대한 교육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은 공기업 경영진의 준법경영 마인드다. 경영진의 준법경영 마인드에 대한 일제 점검이 즉각 필요하다. 임명권자부터 추천인사들까지 공기업 경영진 임명에 관여한 모든 이들의 자성도 필요하다. 공기업을 해체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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