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도 엔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격경쟁력 하락이라는 피할 수 없는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의 초고령화 현상과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정혁 일본지역본부장은 6일 열린 ‘2015 코트라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서 “환율을 쉽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본 내 금융기관과 해외 기관을 중심으로 엔화 약세를 예상하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엔/달러 환율 변동

단위:엔/달러<자료=KOTRA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정 본부장은 “환율을 결정하는 단기적 요인은 금리 차(差)다. 미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며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반면, 일본 경제는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미-일간 금리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환율의 중기적 요인인 수급 면에서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일본 무역수지는 2012년 872억달러, 2013년 1197억달러, 2014년(1월~10월) 1086억달러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환율의 장기적 요인인 경기 측면에서도 엔화 약세를 점쳤다. 환율을 결정하는 단기, 중기, 장기적 요인 모두 엔화 약세의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로 엔화 약세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12월 중순 83.3엔이었던 달러당 엔화 환율은 2014년말 120.4엔까지 치솟았다. 엔화 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2015년 달러당 엔화 환율을 평균 122엔으로 전망했으며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캐피탈 이코노믹스 등 해외 기관들은 130~140엔 사이로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이 같은 엔저 시대를 대비해 일본 수출기업의 중장기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엔화 대신 달러화로 결제할 것을 제안하는 거래조건 변경이다. 정 본부장에 따르면 일본 수출기업들의 엔화 결제 비중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2014년 2분기 50.8%였던 엔화 결제 비중은 3분기에 45.8%로 줄었다. 정 본부장은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결제 통화를 바꾸자고 제안하면 마찰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생산 공정을 변경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KOTRA에 따르면 마츠다자동차 자회사인 P사에 자동차용 방진품을 납품해온 한국의 K사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당초 1400원이었던 원/엔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지면서 P사에 단가 인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K사는 “제품 불량률이 극히 낮으니 전수검사 공정을 필수공정에서 제외시켜달라”며 문제가 생기면 그때 대응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실질이익을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 KOTRA의 설명이다. 

환변동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상쇄시키는 방법도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환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KOTRA에 따르면 일본지역 마케팅에 참가한 기업의 79%가 환위험 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본부장은 “대기업들은 계약과 동시에 환위험 관리에 들어간다. 당장의 이익뿐 지속가능한 경영을 고려한다면 환위험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본부장은 특히 환율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에서 생산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식 일변도에서  해외에서 생산하고 납품도 일본기업의 해외거점으로 돌리는 등 생산지와 납품지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생산거점 다변화를 통해 환율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내 유망업종으로는 초고령화사회에 따른 실버산업 시장이 제시됐다.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5년 기준 339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6.8%를 차지한다. 인구 4명중 1명 이상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일본 총무성 국세조사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에서는 “혈압계, 혈당측정기 등의 헬스케어 상품과 침대, 휠체어, 성인용기저귀 등 개호용품이 유망 분야”라고 정 본부장은 말했다. 60세 이상의 유가증권 보유비율이 34%에 이르는 등 일본 노인층의 자산확대도 실버산업 시장의 발전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아직 한국기업들은 아직 실버산업 시장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정 본부장은 “일본 실버용품의 88.2%는 일본제품으로 한국제품 진출은 미비한 상황”이라며 “고령화사회는 약 10년 후 우리에게도 닥칠 문제다. 고령화는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시장에 적용되는만큼 대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유치에 따른 건축자재 수요 증가도 기대해 볼만하다. 일본 정부는 2020 올림픽을 위한 도쿄 주경기장 및 시설 건설에 3800억엔을 투입했다. 또 ‘국토 강인화 기본법’을 통해 노후화된 다리와 도로를 보수하는데 10년간 200조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일본의 공공사업 확대로 건자재 수요가 증가하면 해외조달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말이다. 정 본부장은 “일본에서 경쟁사가 적고 특수품목인 테라코타, 납 유리, 특수타일, 고압변압기, 팹 철골, 알루미늄 루버 등이 해외조달 메리트가 큰 영역”이라며 일본 건축시장 활황이 한국기업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