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중소·중견기업 R&D예산이 지난해보다 9.3% 증가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R&D예산을 확대하는 한편, 지원사업 문턱은 낮춰 참여 기업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7일 서울 숭실대학교에서 ‘2015년도 정부 R&D사업 부처 합동설명회’를 열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참석한 이날 설명회에서는 정부 R&D사업 예산과 세부 내용이 다뤄졌다.

정부R&D사업 중 중소·중견기업 예산은 1조3398억원으로 확정됐다. 2014년(1조2256억원)보다 9.3% 늘어난 수치다. 미래부 연구조정총괄과 김봉수 과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중소기업이 창조경제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R&D예산도 지난해 1798억원에서 올해 2166억원으로 20.5% 증가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미래부의 설명이다.

 

 

올해 중소기업청의 R&D예산은 9574억원이다. 중기청은 ▲유망분야 선택집중 4951억원 ▲저변확대 3456억원 ▲중소·중견기업 지원 857억원 ▲인프라 지원 310억원으로 재원을 나눴다.

 

중기청은 매년 R&D예산이 꾸준히 늘면서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중 R&D에 투자하는 기업 비중이 2007년 22.6%에서 2012년 3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유한 기업 수는 1만4014개에서 2만4243개로 늘었다.

 

그러나 기술역량이 부족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아직 R&D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중기청 기술개발과 이정훈 사무관의 말이다. 이 사무관은 “R&D 지원사업 참여기준을 완화해 기업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저변 확대에도 주력하는 것이 올해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중기청은 부채비율이 1000%를 넘거나 자본전액잠식기업은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창업 2년 미만인 기업에 한해서는 참여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둔 바 있다. 올해부터는 이 단서조항을 창업 3년 미만으로 확대해 재무여건이 좋지 않은 초기 기업들도 R&D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단일사업 중에는 유망분야 선택과 집중의 흔적이 엿보인다. ‘중소기업 기술혁신개발’이 2620억원 규모로 가장 크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의 R&D를 지원해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이 사업은 수출 3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지원 자격이 완화됐다. 사업을 ‘글로벌 유망과제’와 ‘글로벌 경쟁과제’로 나눠 후자는 수출 100만달러 이상을 달성한 기업도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 사무관은 “지난해보다 자격기준을 완화해 보다 많은 수출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혁신기업 기술개발’, ‘글로벌전략 기술개발’, ‘기업서비스 연구개발’로 나뉜다.

 

‘혁신기업 기술개발 사업’(1806억원)에서는 빅테이터, 3D 프린팅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개발기간은 최대 2년, 지원한도는 8억원, 정부출연금 비중은 75%이내다.

 

‘글로벌전략 기술개발’(622억원)은 중소기업의 수출역량을 향상시키고 세계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한 사업이다. 개발기간은 최대 2년, 지원한도는 10억원, 정부출연금 비중은 60%이내다.

 

‘기업서비스 연구개발’(192억원)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신규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을 지원한다. 개발기간은 최대 1년, 지원한도는 2억원, 정부출연금 비중은 75%이내다.

 

중기청은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에도 1586억원을 투입한다. 국내외 수요처가 제안한 과제를 중소기업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915억원), 정부와 투자기업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성해 과제를 발굴하는 ‘민관 공동투자 기술개발’(471억원), 타 연구기관이 보유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해 상용화하도록 돕는 ‘이전기술개발’(200억원) 사업 등이 있다.

 

‘가젤형 기업육성사업’(200억원), ‘여성전용 R&D과제사업’(100억원), ‘뿌리기업 공정기술개발사업’(50억원)은 올해부터 처음으로 실시된다.

 

 

한편 2015년 정부 전체 R&D예산은 18조 9231억원으로 결정됐다. 2010년 13조7000억원, 2012년 16조원, 2014년 17조8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6.4%가 상승했다.

 

부처별 예산규모는 ▲미래창조과학부 6조5138억원 ▲산업통상자원부 3조4660억원 ▲방위사업청 2조4370억원 ▲교육부 1조6590억원 ▲중소기업청 9898억원 ▲농촌진흥청 6131억원 ▲해양수산부 5911억원 ▲보건복지부 5117억원 ▲국토교통부 4500억원 ▲환경부 3278억원 ▲기타부처 1조3638억원 순이다.

 

개인·집단 기초연구 예산은 1조505억원으로, 역대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사회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해 재난재해·안전지원 예산도 15.5% 증액된 6004억원으로 확정됐다.

 

사이버 상의 개인정보 보호 및 주요기관의 보안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보호기술 투자도 늘었다. 제2의 ‘한수원 해킹’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사이버 안전 R&D 예산은 지난해 238억원에서 올해 382억원으로 60.5% 확대됐다.

 

미래부 연구조정총괄과 김봉수 과장은 “지속적인 R&D 투자 확대로 과학기술경쟁력과 연구 성과가 양적‧질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면서도 “주요국 대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연구개발 생산성과 지식재산권 보호, 국가협력 지표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