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월망지(見月望指)’는 그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니다. 수습사원 11명을 전원해고했다는 위메프의 얘기다.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비난 여론에 위메프는 “소통이 미숙했다”는 엉뚱한 해명을 했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본 것은 구직자들이 아니라 위메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위메프의 수습사원 해고가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위메프가 수습사원 11명을 고용해 2주간 영업을 시킨 뒤 전원 해고했다는 것이다. 수습사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정직원에 준하는 업무를 하고도 회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모두 해고 통보를 받았다. 몇년 년 전에도 위메프로부터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의 글도 올라오며 애초에 정직원을 채용할 마음도 없이 취업준비생들의 노동력을 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 공분을 산 것은 위메프의 대처다. 논란이 커지자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지난 8일 “소통이 미숙했다.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우리가 달을 가리켰지만 많은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다”는 이상한 사과문을 내놨다. 위메프가 비판 받는 이유는 청년 노동력을 값싸게 쓰고 버려도 된다는 기업의 자세다. 아무도 소통 미숙을 지적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위메프는 ‘진심’을 운운하며 달을 가리켰는데 사람들이 손을 본다면서 본질을 비껴가는 해명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위메프의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평균연령 29.5세의 젊은 벤처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가 추락한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위메프 홈페이지 회원탈퇴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한 글들도 속속들이 올라오고 있다. 

‘갑질 사태’로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3년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의 막말과 대리점주 밀어내기 등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사건이 있은 후 남양유업의 매출은 역대 처음으로 매일유업에 역전 당했고,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이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위메프의 경우 소셜커머스 주 이용고객과 취업준비생이 20~30대의 비슷한 연령대라는 점에서 더욱 피해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위메프가 남양유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 채용에 대한 관점을 바꾸고 정직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갑’, 구직자는 ‘을’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는 ‘을’처럼 보일지 모르나 탈락한 구직자는 소비자 중 한명으로 돌아간다. 특히 우리 회사에 지원할 정도로 동종 업계에 관심이 있는 구직자라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뒤 ‘안티’로 돌변해 비난 여론을 양산할 가능성도 높다. 잊지 말자. 우리 회사 구직자는 면접장을 나서는 순간 다시 ‘소비자’가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