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기어코 대형 사고가 났다. 지난 10일 오전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야기다. 불길이 옆 아파트까지 옮겨 붙으면서 피해가 확대됐다. 사망자 4명, 부상자 124명, 9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였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서민 주거완화 정책인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번 참사를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서민에게 ‘신속하고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해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이다. 이에 맞추기 위해 각종 주택건설 기준과 부대시설 등의 설치기준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했다. 규제를 완화하면서까지 공급을 늘리도록 밀어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불이 시작된 대봉그린아파트(88가구) 역시 각종 완화된 규정 덕을 봤다. 10층까지의 건물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를 달지 않았는데, 국민안전처 발표대로 경보는 울렸지만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큰 피해는 면한 해뜨는마을 아파트와 대비된다.

대봉그린아파트와 또 다른 도시형 생활주택인 드림타운아파트(88가구)는 건물간 간격이 1.6m가량으로 매우 좁았다. 일반적인 아파트의 건물간 간격 규정인 6m에서 대폭 완화해 준 결과다. 불이 쉽게 옆 아파트로 옮겨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너덜너덜해진 건물 옆면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주차장 요건을 대폭 풀어준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주차장을 잡지 못한 차들이 그나마 좁은 도로를 에워쌓았다. 소방차가 제 때 진입하지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게됐다.

정부가 이번에 무엇을 배우고 넘어갈지 모르겠다. 돈만 되면 혹은 고용만 늘리면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는 규제완화의 광풍을, ‘안전에 대한 규제’는 예외로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주택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안전장치를 설치하거나 안전점검을 해줄리 없는 현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글대는 화마 앞에서 그저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거나, 창을 깨고 기약없는 하강을 감행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어떠한 안전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단 하나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저렴한 아파트’는 있을 수 있어도 ‘저렴한 생명’은 없다는 것이다. 누구의 표현대로 ‘원수’처럼 깨부숴야 할 대상은 사람의 생명마저 이윤추구의 대상화하는 탐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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