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주몽’ ‘추노’ ‘올인’ 등과 오디션 프로그램인 ‘K-POP STAR’ 그리고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 등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가 최근 중국자본에 넘어갔고, 1000만 관객이 찾은 ‘변호인’ 배급영화사 ‘NEW’의 2대 주주가 중국 미디어그룹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방송가에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영화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콘텐츠 제작회사들이 이처럼 중국자본에 잠식되면서 ‘한류산업’이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얘기다. 특히 한중FTA 타결로 한국과 중국은 상대국 엔터테인먼트 제작사 지분을 4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중국자본의 침투가 본격화되고 궁극적으로 국내 콘텐츠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콘텐츠 제작 생태계가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렵다. ‘갑’인 지상파 방송사나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대형 미디어사업자들이 ‘을’인 외주제작사를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를 남발하는 현실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중국자본의 유혹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중기이코노미 보도에 따르면 외주제작사인 코엔미디어 관계자는 “한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저작권은 지상파가 60%, 코엔미디어가 40%를 가지고 있다. 40%만큼의 권리를 갖기까지도 힘든 과정들이 있었다”며 “외주제작사는 ‘을’의 입장이다 보니 입장을 피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자본의 도움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콘텐츠 제작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한 대목이 아닌가 싶다.

불공정한 구조로 발생한 외주제작사의 영세성과 수익악화는 곧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은 한류산업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를 막기위해 무엇보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수익이 제대로 분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영세 외주제작사 비중이 2001년 34.8%에서 2012년 68.4%로 치솟고, 같은 기간 자본금 3억원 이상 제작사 비중은 32.4%에서 16.2%로 축소된 상황에서 달콤한 중국자본 앞에 흔들리지 않는 제작사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방송시장에서 서로가 적정한 이익을 공유하는 시장질서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갑을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중국자본에 잠식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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