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심화로 ‘전세 소멸론’이 대두되고 있으나 고가주택의 경우 월세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조인스랜드가 지난 15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주최한 ‘2015 부동산 대해부’ 세미나에서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려면 보증금을 갚아야 하는데 고가주택 경우 이것이 쉽지 않다. 결국 고가주택은 전세로 남아있고 저가주택만 월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기준 완화로 부동산 매입을 권장하고 있는데다 전세가가 매매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전세소멸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고가주택의 월세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전문위원은 “저성장, 저금리, 장기모기지 발달 등의 거시적 상황이 전세가 사라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거비가 높아지는 ‘월세 시대’는 젊은 세대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는 안정적인 노후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문위원은 “베이비부머는 모든 부동산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는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매매 시세차익을 벌 수 있었던) 2000년대의 호황기 마인드는 버려야 한다.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매매보다 비싼 전세도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1월 1주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억8644만원이었고, 전세 시세가 이보다 비싼 가구도 99만6171개에 달했다. 2006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치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주택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60%가 되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속설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65.7%를 기록했다. 신규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70~80%에 이르는데도 집값은 쉽사리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박 전문위원의 말이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관심은 수익형부동산인 상가로 옮겨가고 있다. 퇴직 후 고정수입이 여의치 않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상가 임대료로 ‘제2의 월급’을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과거 ‘아파트 불패신화’가 이제는 ‘상가 불패신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 박 전문위원의 말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 예측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박 전문위원은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박스권에서 거래되는 국면일 것”이라며 “어차피 저성장시대다. 오른다고 해도 큰 의미는 없다”고 했다.

대형아파트 선호시대에는 종말을 고했다. 박 전문위원은 “예전에는 작은 집을 사서 평수를 넓히는 ‘아파트 사다리’ 구조였으나 최근 대형아파트 소유자들의 심리는 경악, 절망, 분노, 자포자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성공의 로망이었던 대형아파트가 애물단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