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이 여는 대형 아웃렛에서 물건을 사고 세금환급 자료를 요청할 때마다 그럴싸한 고급 봉투를 받게 된다. 예컨대 다섯 군데서 쇼핑을 했다면 다섯 개의 봉투를 받게 되는데, 이걸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슬며시 부아가 치밀 때가 있다. (누가 제작비를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제작비로 몇백원은 먹혔음직한 고급스런 봉투를 무한정 뿌려대는 것도 그렇거니와, 행여 환급을 놓칠까 노심초사라도 하듯 친절하고 다양하게 이중삼중 기회와 절차를 만들고 홍보해내는 일도 좀 어색하다. 십분 넘게 줄을 서가며 꼬장꼬장한 공무원(처럼 보이는 사람)을 상대해야 했던, 재수 없으면 애써 꾸린 짐가방을 다시 파헤쳐야 했던 외국 공항에서의 세금환급 기억까지 겹쳐지면 더더욱 그렇다. 이러한 ‘친절한 대한민국’을 누리는 외국인이나 외국 영주권자들이 부러운 한편으로는 의구심도 든다. 수익자 부담, 당사자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만 환급길을 열어주면 될 텐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의 냄새를 맡기도 한다.

정부는 18일 발표한 제7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관광산업 육성에 많은 비중을 할애했다. 호텔과 컨벤션, 쇼핑몰에 카지노를 묶는 복합리조트를 추가로 선정하고 관광호텔을 짓는 사업자들에게는 세금과 금융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정부는 유독 관광산업에 목을 맨다. 물론 이 산업이 유망한 사업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주변에는 중국 외에도 동남아 수억명의 잠재고객이 있고, 이들 대부분은 가파른 성장의 열매를 향유 중이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명동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의 절반은 중국인, 나머지 절반 중 또 절반은 동남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을 찾는 아시아권의 관광객들은 매년 두자릿수로 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관광산업이 정부가 진두지휘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육성’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늘고 있는 아시아권 관광객들은 그동안 꾸준하게 축적된 한류가 성과로 이어진 것일 뿐 대규모 프로젝트와는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주어진 관광자원이 비교우위를 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의 ‘금수강산’이나 ‘반만년 역사’는 아름답고 자랑스럽기는 할지언정 중국이나 일본, 태국이나 베트남의 관광자원을 압도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 한류가 시들면, 중국경제가 약해지면, 혹은 요우커들이 변심하면 우리의 ‘관광산업’은 속절없이 곤두박질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왜, 지금, 대형 프로젝트여야 하는가? 현재 진행중인 두 군데 복합리조트의 성패를 봐가며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인지, 만에 하나 실패할 경우 출구는 어디로 내 줄 것인지,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궁금증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더욱이 정부가 써놓은 ‘관광산업 육성’의 ‘건설경기 부양’으로의 오독(誤讀), ‘투자 유치’를 위해 부득이 발생할 특혜와 차별, 정책실패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개방 가능성, ‘투자유치 지역’에 불게 될 부동산 광풍까지 생각이 옮겨지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관광에 목을 걸어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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