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해외직구(국내소비자의 해외 직접구매) 금액이 역직구(해외소비자의 한국제품 직접구매) 금액보다 5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느린 배송의 해외직구가 이처럼 먹힌 가장 큰 이유는 국내보다 싼 가격 때문이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는 1553만여건에 15억4000만달러인 반면 역직구는 10만여건에 2800만달러에 그쳤다. 해외직구가 역직구보다 건수로는 155배, 금액으로는 55배 많았던 것이다. 이에 따른 전자상거래 무역적자는 무려 15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201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67%)’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해외직구 쇼핑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로는 ‘환불·교환 절차 간소화(68.3%)’, ‘상품 A/S개선(67.5%)’, ‘배송시간 단축(48.5%)’ 등을 제시했다.

빠른 배송과 손쉬운 교환·환불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그동안 누려왔던 질 높은 서비스를 포기하고 ‘가격 차이’ 때문에 해외직구를 애용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는 것일까. 한-캐나다 FTA발효로 더 인기를 끌고 있는 캐나다구스 특정상품의 경우, 국내 백화점 사이트에서 120만원에 판매되는 반면 해외직구 사이트에선 69만9000원~74만9000원까지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 사이트에서 구매 시 각종 할인쿠폰을 사용해 5%가량 할인을 받는다고 해도 해외직구 사이트와 44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제품 수입과정의 유통단계가 복잡해 마진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입 유통구조의 문제점은 이미 국내 유통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고, 따라서 유통단계를 줄여야 하지만 이를 위한 적절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때 해외직구가 급격히 증가할 것에 대비해 12월12일 이른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해 할인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을 ‘낚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뿌렸던 할인쿠폰의 한도가 1만원 가량으로 매우 낮았으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10~20% 할인이 적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고가품의 수량은 매우 적어 1분 만에 품절되는 사태까지 발생하며 기대만 높이고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대한상의는 지난 2013년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외직구가 더욱 확산될 경우 국내 소매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러한 보고서가 발표된지 2년 가까이 흐른 지금, 해외직구의 규모는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통사는 해외직구에 대한 대응책으로 눈속임식 ‘할인행사’를 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해외 소비자들의 역직구 규모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외면해서는 결코 시장이 살아날 수 없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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