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2의 강진으로 10만채가 넘는 건물이 무너졌고 사망자만 6344명을 기록한 한신대지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만큼 당시 엿가락처럼 휘고 주저앉았던 고가도로는 제 모습을 찾았다. 이처럼 도시복구 못지않게 이곳 사람들이 중시하는 게 있다고 한다. 바로 6000상자가 넘는 당시 기록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구조작업, 의료진, 통신, 이재민 불만사항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겼다. 비록 오래되고 낡은 기록물일지라도 하나하나 복원시키고 이를 통해 참사를 잊지 않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에서 ‘안전 강국’ 일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1월20일 발생한 용산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고 6주기를 맞아 사고 전·후 과정을 기록보고서로 작성하고 영구보존하는 기록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최근 밝혔다. 용산사고는 세입자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23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서울시가 6년이 지난 이 사건에 대해 기록화 사업을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기록보고서가 없어 그냥 잊혀질 경우 또 다른 사고가 발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년 지난 한신대지진의 작은 기록물이라도 찾아 참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고베시민의 노력과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서울 강남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다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 문인 45명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진게 없고, 무엇보다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슴 먹먹해지는 사고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진상규명이다. 또 안전한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서 ‘기록하고 기억해야’ 만이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다. 세월호 안에 사람이 있었음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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