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LG경제연구원 배은준·홍일선 책임연구원이 ‘모바일 시장 판도 흔들 숨은 강자들’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자료를 냈다. 삼성, 애플, 샤오미처럼 글로벌 차원의 주목을 받지 않는 ‘로컬 강자’(Local Kings)의 개념에 주목한 것이었다.

이 자료에서 휴대폰 시장의 ‘로컬 강자’는 2014년 1~3분기 각 국가별 휴대폰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로 정의됐으며, 리포트가 발견한 로컬 강자는 모두 14개 기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 독립국가연합(구소련),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등장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위코(Wico)처럼 선진국 시장을 호령하는 기업도 있다.

이 기준을 낮춰 2014년 점유율 5% 이상인 기업을 ‘주목할만한 기업’으로 정의한다면 10개의 기업을 더 찾을 수 있다. 3분기 시장점유율 5%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13개 회사가, 올해 100만대 이상 판매가 예상되는 곳을 더하면 11개 회사가 각각 추가된다. 이렇게 이 보고서는 총 48곳의 회사를 찾아냈다.

이 리포트가 꼽은 로컬 강자의 특징은 시장의 주목을 회피하는 것이다. ‘저절로’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90% 이상의 체적을 물 속에 감추고 10% 미만만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빙산과 같은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백 책임연구원은 이를 ‘숨은 성장(Hidden Growth)’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이들 로컬 강자들이 숨은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은 아래의 5가지 방식이다.

① 여러 로컬 브랜드 뒤에 숨는 경우

프랑스의 위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플라이(Fly)과 같은 로컬 강자들의 브랜드 뒤에 숨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나가는 티노 모바일(Tinno Mobile)이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시장의 위코는 애플과 노키아를 추월해 삼성에 이은 프랑스 시장 제2의 휴대폰 업체다. 플라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가 내는 대부분 제품은 중국의 독립계 디자인 하우스(Independent Design House, IDH) 티노 모바일이 개발한 제품들이다. 이들 외에도 로컬 강자 3개 회사, 주목할만한 로컬기업 4개 회사 등이 티노 모바일과 파트너를 맺고 있다. 이 회사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원 프로그램의 파트너로도 참여하기도 했다. 더욱이 티노 모바일은 위코의 제품 공급원에 그치지 않는다. 위코 지분의 95%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가 전제됐기 때문에 위코는 2015년 유럽시장 목표 판매수량을 무려 5000만대로 늘려잡았다.

②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십 뒤에 숨는 경우
대표적 사례는 폭스콘. 노키아, 블랙베리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외주생산을 넘어 제품개발, 유통, 판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이다.

③기업분할로 주목과 경쟁을 회피하는 경우
중국의 부부까오(步步高, BBK)는 비보(Vivo), 오포(Oppo), 원플러스(One Plus) 등으로 기업을 분할해 규모를 적어보이게 위장함으로써 수년동안 경쟁사의 주목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은 필연적이라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이들의 타깃시장은 분획된 ‘후발주자’의 것이 아니라 삼성을 비록한 대형 선도업체들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④인수 혹은 라이센싱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의 뒤에 숨는 경우
TCL과 레노보는 알카텔과 모토롤라를 인수해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브랜드화하고 있다.

⑤ 자체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는 경우
글로벌 유통기업 브라이트스타(Brightstar)는 자체 유통역량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폭스콘이 블로벌 브랜드를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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