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출처들의 경영악화로 수금이 어렵고, 이로 인해 매입처에 결제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매출채권 회수도 문제지만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 원자재를 매입해야 하는데 들어올 돈이 안 들어오다 보니 유동성을 겪고 있는 것이다. 매입처들도 예전과 달라 현금 지급없이는 물건을 외상으로 주지 않는다.

지난달 경기도 화성에서 만난 A제조업체 대표도 원자재 매입자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7년 정도 된 이 업체는 자동차부품 도매 및 제조업체로, 매출은 최근 3개년 동안 평균 50억원 수준이다. 담보 및 신용으로 18억원 그리고 보증서(신용보증기금) 담보대출 5억원 등 총 부채가 23억원이었다.

상담결과, 매출처는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여서 향후 매출증가가 기대됐다. 하지만 매출채권 중 부실이 있고 내부자금 회전이 원활하지 못해 매입자금이 부족한 상태였다. 전형적인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주거래은행에서는 2013년 결산이 끝나고 생각해보자는 답변 뿐이었다고 한다.

A업체의 경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거래은행에 추가 운전자금을 요구하는 방법과 2013년도 결산이 끝나면 보증서를 추가 발급받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 대표들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외에 전자상거래 B2B 업체 중에는 구매대행이라는 상품을 개발해, 기업의 물품구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주는 상품도 있다. 즉 기업이 선정하는 매입처에 B2B업체가 원자재 결제금을 물건 도착시 결제해주고 기업에 여신기간을 주는 상품이다.

이같은 구매대행 상품은 부동산 담보여력이 없거나 은행에서 추가 신용대출이 어려울 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매입처에 보통 30일이나 60일 이후에 결제가 이뤄지는데 이 상품은 물건 도착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매입처도 선호하고, 게다가 원자재 단가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물론 일정률의 수수료는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매입처에 현금을 즉시 결제한다고 했을 때 단가 인하폭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면 매출 마진이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수수료 대비 단가 인하폭을 엄밀히 따져 매입자금도 해결하고 매출마진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A업체는 구매대행 상품 2억원을 지원받아 매입처 결제금 문제를 해결했고 결산이 끝나면 은행이나 보증기관을 활용해 추가 운전자금을 알아보기로 했다.

자금확보를 위해 무턱대고 은행 문만 두드리던 시대는 지난 듯 싶다. 시장환경이 다변화된 만큼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별해 자금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발품을 팔 것을 제안한다. [기업자금지원센터 신성범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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