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법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사실과 다름”이라는 강한 표현을 썼지만, 실제 정부 추진계획에 대한 설명과 언론보도 사이에는 ‘음주운전’과 ‘술 마시고 운전’ 수준의 차이를 느끼기도 쉽지 않다.
27일 연합뉴스는 ‘정부, 소득세법 등 세법개정안 무더기 추진’이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비과세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 등 세법개정안을 대거 추진”키로 했으며, “정부는 비과세소득을 과세로 전환하는 등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세원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파생상품 과세 추진 관련 절차를 보완하는 등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27일 해명자료를 통해 “납세자 권익강화를 위한 제도정비(국세기본법), 비과세·감면 정비(조특법), 세원투명성 강화(소득세법) 등 공평과세 실현, 세제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소득세법 등 세법개정안 무더기 추진’은 사실과 다름”이라고 밝혔다.
기사에서 나오는 “비과세소득을 과세로 전환”과 기재부의 “비과세·감면 정비”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다. 비과세나 감면을 늘릴 계획이었으면 ‘정비’가 아니라 ‘확대’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표현만 봐서는 비과세소득이 줄어든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비과세·감면 정비라는 외교적인 표현을, 과세로 전환한다고 번역한 것이 사실과 다른지 모르겠다.
심지어 “세원투명성 강화”는 표현이 완전히 일치한다. 기재부는 여기에 “비과세 소득 과세전환 및 세원투명성 강화는 그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소득세제 중장기 운영 기본 방향이며 이에 따라 ’15년도 정부입법 계획 방향에도 포함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이고 있다. 내년이나 내후년의 일도 아니고, 과거의 일도 아닌 바로 올해 정부입법 계획에 포함된 사항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기재부는 “과세대상의 추가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강조했지만 보도내용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파생상품 과세 추진 관련 절차를 보완”한다고 썼다.
사실과 다르다고 강변하는 해명자료를 통해 기재부가 한가지 확실하게 달성한 것은,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 방향에 대한 홍보다. 소득세제 중장기 운영 기본방향에 충실하게 비과세나 감면을 줄이고, 세원투명성 확보를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제 이것이 나라살림 운영에 필수적이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절차에 들어가면 된다.
사실과 다르다는 표현을 썼다는 “사실”이 실소를 자아낼 수 있긴 하지만 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향후 추진내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입법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과 국회를 제대로 설득하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이러저러한 해석은 사실과 다르다’는 식으로 강변하며 밀어붙이기로 일관한다면 답이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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