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s는 지난 25일부로 출시 15개월을 넘기면서 단통법상의 공시지원금 규제가 풀렸다. 이에 KT는 공시지원금을 81만4000원까지 올려 아이폰5s의 할부원금을 0원으로 만들었다. 아이폰이 ‘공짜’가 됐다는 소식에 지난 28일과 29일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틀간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를 장악하자 수많은 언론들이 ‘아이폰 5s 공짜’를 키워드로 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야말로 ‘대란’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내 휴대폰대리점에서 아이폰5s를 구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KT 공식쇼핑몰인 올레샵에도 아이폰 5s는 모두 품절이라고 뜬다. 공짜폰 사태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 뒤로 재고가 없는 게 아니다. 판매 대리점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이폰 5s는 이번 사태 전부터 재고가 많지 않은 기종이었다.

   

아이폰5s 공짜폰 사태가 탐탁지 않게 다가오는 건 재고 때문만은 아니다. 해묵은 얘기지만 그 공짜가 사실상 공짜가 아니라는데 있다. KT의 아이폰5s는 16GB 기준 출고가가 81만4000원,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이 81만4000원이다. 이 셈법에 따르자면 공짜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단 공시지원금 81만4000원을 모두 받기 위해서는 ‘순완전무한77’ 요금제를 6개월간 써야한다. 부가세 포함 7만7000원짜리 요금제 같지만 오해다. 이 요금제에는 7700원의 부가세가 따로 붙는다. 매월 8만4700원씩 최소 6개월을 써야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구입한 휴대폰을 약정기간 24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다른 통신사로 옮기게 되면 남은 약정기간만큼 공시지원금을 토해내야 한다. 만약 공짜폰이라며 산 아이폰5s를 12개월 후에 잃어버려 통신사를 바꾼다면 공시지원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40만7000원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 통신사들은 쉬쉬하고 있지만 공시지원금의 다른 이름은 ‘위약금’이다. 

이 같은 조건들을 고려하고 나면 아이폰5s의 공시지원금 81만4000원은 그리 좋은 조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실제로 매달 통신비로 4만원을 쓰는 이용자를 기준으로 보면 아이폰5s와 신형 아이폰6의 전체 통신비부담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휴대폰 판매업자들은 15개월이 지난 구형 단말기를 24개월 약정으로 사느니 신형 단말기를 사는 편이 낫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한 대리점 직원은 “아이폰 5s를 사러 왔다가 생각보다 요금제가 높은 것을 알고 아이폰6을 사간 고객이 오늘만 몇 명 있었다”고 했다. 이쯤 되면 KT가 아이폰5s를 미끼로 다른 단말기를 팔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얼마전 KT는 SK텔레콤이 과도한 휴대폰 판매장려금을 살포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일벌백계’를 공개 요청했다. 정부가 단통법 안착과 통신시장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SK텔레콤이 시장 혼란을 주도했다는 게 이유다. SK텔레콤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공짜폰이라는 달콤한 말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는 KT가 얼마나 더 나은지는 의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휴대폰 요금제와 위약금제도는 너무 자주 바뀌고, 복잡한 것 투성이다. 공짜폰이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통신사들의 농간에 속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더 똑똑해지는 수밖에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