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바렉스 권석형 대표   ©중기이코노미

종용유상(從容有常).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노바렉스의 이미지다. 차곡차곡. 묵묵히 내실을 쌓았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소리 없는 강자’가 돼 있다. 이 회사 권석형 대표(59)도 마찬가지다. 젠체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현란한 구호를 던지는 법도 없다. “운이 좋았다”고 마무리하거나, “노바렉스, 굴곡 없이 커줬다”는 남들의 평가를 전하며 웃을 뿐이다. 

‘굴곡 없는’ 기업도 없고, ‘커주는’ 기업은 더더욱 없다. 역경을 ‘이겨내며’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는 그로부터 ‘굴곡 없이 커주는’ 기업을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개발 전력…개별형 인정으로 독자생존 길

노바렉스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과 기능성원료 제조 전문업체다. 최종소비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다른 기업’을 거친다. OEM(주문자위탁생산)과 ODM(제조자개발생산)을 병행하고 있다고 보면 무방하다. 2012년 감사보고서상 매출액은 432억원, 2013년에는 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대 초부터 긴 횡보기를 거쳐 2009년 기지개를 켰다. 최근 3년은 보폭이 부쩍 넓어졌다.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했습니다. 여유가 있어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질병양상, 건강에 대한 욕구, 구매력 측면에서 최종소비자의 니즈는 급변하고, 높아진 납품업체 눈높이도 맞춰야 했습니다. 여기(연구개발)서 눈을 돌리는 순간 끝입니다. 관리 안하는 당뇨병 환자처럼 조금씩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지 않을 걸 알았습니다. 공들여 저변을 다지고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유능한 인재를 충원하는 데도 힘썼습니다”

노바렉스의 연구인력 수준은 건기식 업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식품영양학, 생화학, 약학, 유전공학 등의 전문가가 주축이 돼 있다. 연구시설도 수준급이다. ‘업계 1~2위 연구역량’이라는 자부심도 무색치 않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역시 인력입니다. 시장을 읽고, 유효한 연구주제를 내고, 성과를 도출해내는 과정은 하드웨어나 시스템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습니다. 적기에 필요한 인재들이 충원돼 회사를 이끌어줬습니다”

권 대표는 “생존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연구개발의 자신감은 거래선 다변화로 이어졌다. 판매업체 주문에 맞추는 납품뿐 아니라 새 제품을 제안할 역량도 키웠다. 건기식 인정은 ‘고시형’과 ‘개별형’으로 나뉜다. 이미 기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식약처가 고시하는 것이 전자라면, 영업자가 직접 규격·안전성·기능성을 제출해 표준화 규격으로 인정받는 것이 후자다. 제약회사가 시험자료를 제출하고 새 의약품을 허가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노바렉스는 먼저 제품을 개발해 제안하는 개별형에 공을 들였다. 나름의 블루오션을 만든 셈이다. 

제2의 도약, 중심에는 ‘사람’

지난해 11월 사명을 바꾸기 전까지 ‘렉스진바이오텍’이었다. 예전 용어 ‘건강보조식품’ 업체로는 가장 빨리 벤처로 선정됐고, 각종 수상과 인증으로 바빴다. 외형도 함께 커졌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부터 정체기를 겪었다. 납품업체 도산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했고, 매출은 여러 해 동안 게걸음이었다.

“수업료 한번 제대로 냈습니다. 미래를 봐야 하는데, 손에 쥔 것만 믿고 있었으니… 회사는 침체됐지만 손을 못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무조건 연구개발. 단순하게 봤습니다. 건기식 시장이 성숙단계이기는 해도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2의 도약을 재촉했다. 앞서 말한 개별형 인정은 그 방증이다. 2008년까지 10년 넘게 누적 3건에 머물렀던 수치가 2009년부터만 19건에 달했다. 독성시험, 인체시험 등 복잡한 시험을 거쳐 자료를 내고 규격, 기능성, 안전성을 증명해야만 건기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연구주제가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하지만 성공의 열매는 역시 달았다. 의약품 특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독점적 사용도 가능해졌다. ‘을’에게 거래의 물꼬를 틀 열쇠가 주어지기도 했다. 당연히 외형도 커졌다. 한 번 기지개를 켜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저 오늘보다는 내일, 다음 달, 내년, 10년 후… 이렇게 길게 보려고 애썼습니다. 자판기처럼 바로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조금씩 안에서 역량이 쌓이다가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성과가 밖으로 구현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인재들이 아니었다면 이 과정이 훨씬 더 오래 걸렸거나 훨씬 적은 성과만 받아들었을지 모릅니다”

2014년 글로벌화…‘독자 브랜드’보다는 내실

노바렉스는 올해 기업공개를 목표하고 있다. 요건은 대부분 충족했다는 것이 권 대표의 귀띔이다. 그는 “2013년 성장은 준비운동이었다”며 도약을 자신한다. 내세우기 싫어하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의외다. 정작 더 중요한 이슈는 세계화다.

2013년 11월 준공된 노바렉스 제3공장은 2014년 도약의지의 상징이다. 연구소를 2배 이상 확장하고, 생산라인 배치에도 숨통을 틔어줬다.<사진=노바렉스>

“우리만의 세계화 전략입니다만, 원료 수급과 판로 개척을 위해 전세계 40여개 주요 플레이어들과 네트워크를 맺고 있습니다. 2014년에는 이를 더 강화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는 겁니다. 우량 원료를, 필요한 물량만큼, 적기에 그리고 적절한 가격에 도입해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높일 계획입니다. 해외 수요를 발굴해 판매선을 다변화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메이저 업체 GNC와 생산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중국 일본 필리핀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에도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권 대표는 올해 중국시장을 정조준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궁금했다. 주문자 상표가 아닌 ‘노바렉스’ 브랜드의 꿈은 없는 것일까?

“독자 브랜드가 반드시 정답이어야 할까요? 적어도 현재는 내실이 우선순위입니다. 엉뚱하고 기발한 것을 찾기 보다는 옳은 길, 타당한 방법을 고수하는 편입니다”

정도(正道). “굴곡 없다”던 타인의 평가와 무관치 않다. 반칙도 없고 지름길도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물품대금 지급과 급여일을 넘긴 적이 없다.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을까?

“신뢰는 연구개발과 같습니다. 오랜 세월 진득함의 산물입니다. 시간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양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되는 겁니다. 지금도 노바렉스가 어떤 물건이건 요청하면, 원료업체는 가장 빨리 가져다주려고 애쓸 겁니다. 노바렉스 식구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B2B 업체로서 노바렉스에게 ‘갑을 관계’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기본적으로 현재 거래업체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 거래를 맺어야 하는데, ‘상생’을 구하는 순간 양자 사이에 균형이 와해될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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