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을 보러 극장을 갔단다. 그렇지 않아도 “부부싸움 하다가도 국기배례를 하는” 영화 속 사회상에 호감을 피력한 바 있는 대통령은, “수건도 아주 준비해서” 극장을 찾았다고 할 만큼 이 영화에 대한 열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이 윗세대의 희생을 알게 되고 그들과의 소통을 하는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단다.

누가 왜 대통령에게, 이 영화가- 완성도는 별개다- 젊은이들과 윗세대의 소통을 돕는다 말했는지는 이해불가다. 일단 영화 속 화법이 대부분 젊은이들의 공감을 사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고스란히 공유하는 ‘그들 중의 하나’가 아닌 40대 후반 감독의 시선에 젊은이들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끝이 안 보이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내가 이런 고초를 겪은 덕에 네가 ‘이 정도의 대한민국’을 살아간다”는 식의 공치사도 가당치 않다. 영화 속에서처럼 그들 세대끼리의 대화라면 몰라도 말이다.

‘청년실신’, 실업과 신용불량이라는 청년들의 이중고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취업이 안 돼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젊은이들이 도처에 널린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이태백’에 ‘삼포세대’, ‘오포세대’는 너무도 익숙해진 표현들이다. 여기에 대학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을 포함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업에 의한 악순환은 결국 많은 젊은이들을 신용불량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게 ‘청년실신’의 의미다. 이 단어 역시 수년째 사용돼 오고 있는데 그 빈도가 최근 부쩍 잦아졌다. ‘실신’이라는 중의법이 주는 어감은 참으로 뼈아프다.

실신 세대 젊은이들은 ‘6.25 세대’나 ‘베이비부머’만큼 궁핍의 고통을 겪지 않았다. 이전 세대들이 성장기에 누리지 못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열매를 향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정들이 이들의 고통을 가볍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고진감래의 희망이 없다. ‘시곗바늘 돌아가면 끝나는’ 군대생활과 달리 이들의 고초에 정해진 시한은 없다. 앞선 세대들처럼 ‘개천에서 용이 날’ 기회도 대부분 박탈당했거니와, ‘너나없이 고락을 함께 나누는’ 미덕도 사라진지 오래다.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 경제 규모는 커지고 국민소득은 높아졌다는데, 이것은 오로지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좋은’ 지원을 받으며 ‘좋은’ 교육을 받으며 ‘좋은’ 직장을 잡아 ‘좋은’ 아파트까지 물려받는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런 ‘좋은’ 출신성분의 젊은이들과 ‘공정경쟁’을 하며 ‘비교’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니 ‘하면 된다’는 불도저 논리나 ‘너 하기 나름’ 식의 무책임한 설법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그 대신 더 늦기 전에, 이들과 이들의 이후 세대가 조금이라도 덜 나빠진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머리를 싸매고 조그마한 개선책이라도 내놔야 한다. 그때까지는, 이들을 그저 ‘아픈 생채기 하나’로 함께 보듬고 살 일이다. 위로도 비난도 함부로 던지려 들지 말고, 그저 ‘우리 중의 하나’로 그렇게 어쩌지 못하고 함께 어울려 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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