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공사 입찰 담합 근절방안을 마련하고 업계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정부가 담합을 방기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4대강 지역 <사진=뉴시스>
이처럼 최근 공공공사 입찰담합이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입찰담합 예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업계에 알리는 등 입찰 예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발주시스템의 개선이었다. 현행 발주시스템이 얼마나 담합 친화적이었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2015년 건설산업 주요정책 설명회’의 첫 번째 순서는 ‘입찰담합 예방 및 건설시장 불확실성 완화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였다. 지난 1월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확정된 것이다.
국토부 김정희 건설경제과장은 “대규모 공공공사가 많이 있었던 2009년과 2010년에 주로 발생한 입찰담합이 최근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며 대책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지난해 입찰담합으로 모두 18개 사업에서 42개 건설사가 적발돼 849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추진된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공공공사가 발주되던 시기에 발생한 담합이다.
국내에서 벌어진 담합은 해외 건설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A사는 2013년 외국 교량사업에 참여하려다가, 국내 입찰담합 사실이
보도되자 자격심사 탈락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해외기업과 컨소시엄을 짜 2014년 외국 터널 사업 입찰에 참가한 B사는,
발주처로부터 국내 입찰담합 사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기도 했다.
공공공사 입찰 담합 적발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우선 1사1공구제를 폐지하고 최저가낙찰제도도 전면 개선하기로 했다.
1사1공구제는 단일사업의 공사구역을 여러 개로 분할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주하면서, 1개 건설사는 1개의 공구만 낙찰받을 수 있도록 제약하는 제도를 말한다. 업체의 편중낙찰을 막고 부실시공 우려를 줄이며, 대형 국책사업에서 준공기일을 엄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공공사 입찰시 권고돼 왔다. 그러나 참여 건설사들에게 공구를 분할하고 거래조건 등에 대해 담합을 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정부가 전면 폐지를 결정하면서 올해부터 공공공사 입찰 때 1사1공구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가낙찰제도도 수술대에 올랐다. 가격경쟁 위주의 현행 입찰제도가 업체들로 하여금 파괴적 경쟁을 막기 위해 담합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기존 최저가낙찰제를 공사수행능력, 가격 및 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하기로 했다. 적격심사제 실시 기준은 300억원 미만에서 100억원 미만으로 낮추고,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공사는 가격과 공사수행능력을 토대로 평가하며, 300억원 이상은 여기에 사회적책임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종합심사낙찰제는 올해 중 시점사업을 시행하고 201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최저가 낙찰제 개선방안
<자료=국토교통부>
이와 더불어 입찰담합에 참여한 개인에 대한 벌칙규정은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과 2억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담합사건 조사기간을 줄이고, 위반행위를 하더라도 5년이 지나면 입찰참가 제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는다.
정부 4대강 담합 방기 사실,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찰담합 근절 의지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최근 문제가 된 4대강 공사의 경우처럼 정부가 사실상 담합을 방기하는 일이 있는 한, 담합 근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7월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 관련 감사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2011년 말까지 준공하기로 결정하고 다기능 보가 포함된 4조1700억원대의 15개 턴키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했다. 감사원은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1400억원 이상의 턴키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있는 건설업체는 10개, 다기능 보의 설계가 가능한 회사는 8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토부가 “1차 턴키공사 담합빌미 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2009년 6월 입찰공고 전후로 건설회사들이 입찰담합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했다. 8월 경 대통령에게 “28개 공구를 기준으로 담합징후 포착”하고 “턴키공사 공구를 당초 28개→24개로 변경해 담합 해체를 유도”했다고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연히 발주계획을 수정하고, 담합정황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통보했어야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사업준공이 2011년 말로 결정돼 있어 발주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이유로 1차 턴키를 조정없이 발주하고, 2차턴키 공사만 발주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심지어 공정위에서 담합 징후 포착 시 통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담합 여부에 대한 인지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4대강 1차턴키 공구에서 대규모 담합이 발생했다. 이 공구의 총 공사비는 무려 3조3901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국토부 장관에게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건설회사 및 설계회사 등 업계현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많은 공사를 발주하는 등 답합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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