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 72×60cm, 장지에 먹, 채색, 2013

“나는 말하기 힘든 내 개인사가 설화처럼 느껴진다. 선명하고 때론 흐릿하며 신기하고 수치스러우며 음험하고 아름답다. 설화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내 개인적 이야기를 설화로 한올한올 때론 거칠게 듬성듬성 짜내고 있다. 어쩌겠는가. 계속 피어오르는 개인의 설화를.”(작가노트 중)

고권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다. 그래서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제주도’라는 공간이다. 작가는 화면 속에서 제주도를 지리적 요소로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가 말하는 삶을 들여다보면 제한된 공간으로서의 ‘섬’이야기와 신비로운 생태로 가득한 ‘섬’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Shark, 150x83cm, 장지에 먹 채색, 2012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 작가만의 솔직함이 투영된 개인설화로 탄생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이 때로는 환영적인 공간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전시를 기획했던 김남은 큐레이터는 전시서문에서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고권에게 있어 과거의 기억이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는 실존의 문제이다. ‘개인의 설화’를 통해 그가 보여준 과거의 의미화 작업은 현재의 순간순간이 소중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삶은 그만큼 충만하고 치열하게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이야기하기 위해 살고, 또 기억하는 것이다.”

작가 고권에게 있어 ‘살아감’이라는 신비는 작업적 관심이다.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새롭고 경이로움을 전해주는 무수한 현재적 경험과 은은하고 강렬한 과거의 사건들, 한 개인의 존재 자체를 이루는 감정의 응축은 개인을 살아가게 하는 것들이다. 그 덩어리들은 일상 속에서 꿈과 환상 등 내적인 경험을 통해 원형적 이미지들로 토해지곤 한다. 작가는 그것들을 채집하고 엮는다. 마치 ‘개인의 설화’ 와도 같은 그 이야기들을 말이다.[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