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잠금장치가 허술해 도난 피해를 입었다면 호텔 예약을 대행한 여행사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정혜원 판사는 김모씨 부부가 H여행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 부부는 2012년 5월 H여행사의 패키지 여행상품을 구입해 사이판으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투숙 사흘째 되는 날 아침 베란다 쪽으로 나가는 문이 열려 있고 소지품과 현금이 도난당한 것을 확인했다. 여행사 직원이 와서 보니 호텔 베란다 문은 안에서 잠그더라도 밖에서 열 수 있는 허술한 상태였다.

이에 김씨 부부는 여행사가 잠금장치에 하자가 있는 호텔을 제공했고 사고 발생 후 충분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지갑 가격을 포함한 피해금액 15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을 청구했다. 여행사 측은 호텔 예약을 대행했을 뿐 호텔 시설이나 안전까지 책임을 질 수는 없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기획여행업자는 여행자의 생명·신체·재산상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여행목적지와 일정, 여행서비스기관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 전문업자로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며 여행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 부부가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을 객실 내 금고에 보관하지 않은 것도 도난사고의 원인이 됐다며 여행사의 배상 책임을 80%로 제한하고 원고의 위자료 청구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