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나 설명회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아차’ 싶은 순간들이 있다. 전면에 내건 주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보다는 자사 홍보에 혈안이 된 연자나 토론자를 만날 때다.

새해 들어 유독 그런 현장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시장 진출전략’이라는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를 앞세운 일부 세미나 현장이 그랬다. 지난 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어느 중국 온라인시장 입점 대행업체가 공동주최한 중국 역직구 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도 그 중 하나다. 

사전정보에 의하면, 설명회는 한국 중소기업의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현황, 한국 상품에 대한 중국의 소비 트렌드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중국’과 ‘역직구’를 투톱으로 내세워서일까, 준비된 좌석을 훌쩍 넘긴 550여명의 청중들은 행사장 바닥에 주저앉아 발표를 들었다.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을 고민 중인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논의된 내용은 실망 그 자체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진짜 궁금해 했을 중국 진출 사례나 전략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지나갔다. 당초 55분 동안 다루기로 예정된 진출전략은 30분도 안 돼 마무리됐다. 사전에 공지됐던 발표자가 변경돼 한국말에 서툰 다른 연사가 강단에 서기도 했다. 설명회 대부분은 중국쇼핑몰 입점을 대행해 주는 기업의 홍보로 꾸려졌다.

자료도 턱없이 부족했다. 세미나 현장에 가면 발표자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출력한 인쇄물을 배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날 현장에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주최 측에 대한 홍보물이 전부였다. 발표 중에는 중국 온라인시장에 대한 현황자료들이 나왔던 터였다. 해당 자료를 파일로라도 제공해 줄 수 없겠느냐고 묻자 “그 자료는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장진출전략 설명회에 왔지만 남은 건 해당 기업에 대한 홍보뿐이었다.

주최 측이나 발표자가 소속기관을 홍보하는 것을 문제 삼자는 게 아니다. 알토란같은 정보를 잘 정리한 발표를 듣고 나면 약간의 홍보쯤이야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겠다는 너그러운 생각이 든다. 외부 인사를 강연자로 섭외했다면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주최 측에 대한 약간의 홍보는 허용하는 게 이치에도 맞다고 본다. 홍보 내용을 소중한 정보로 삼을 수 있는 청중이나 독자도 많다.

문제는 주객이 전도된 ‘홍보회장’이다. 적어도 ‘세미나’라는 이름을 내걸었다면 주제 발표는 충실히 해주는 게 맞다. 만약 무료 세미나라 그런 것이라면 참가비를 조금씩 받더라도 내실을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애써 시간을 내 현장을 찾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