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뜬금없기가 도를 넘었다. 상상력 혹은 기억력 결핍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2012년 대선 때 경제민주화며 복지며 네것 내것 가리지 않고 온갖 이니셔티브는 다 가져간 게 그들 아니었던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듯한 단호한 표정으로 ‘증세 없는 복지’의 연금술사 코스프레를 한 것도 그들 아니었던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언젠가는 대오각성, 잘못을 시인하고 차악을 고민해주길 바랐다. 그들이 펼친 연금술쇼가 ‘복지’가 아닌 ‘대권’ 조제용이었다는 걸 인정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만회용’ 제스처라도 취해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이젠 국민에게 손가락질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주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요지의 강연을 펼쳤다. 이걸 물타기라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고스란히 실패를 인정하긴 싫고, 지지기반의 이탈은 두렵고, 그래서 ‘또다시’ 만만한 것이 복지였는지 모르겠다. 이들에겐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 출산율, 노인빈곤율 같은 지표를 들이대기조차 면구스럽다.
이 정권을 지탱해 준 것은 오로지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율, 그 불가해한 숫자들 덕분이다. 무능, 무책임, 후안무치가 반복되도 대통령 지지율은 며칠만 지나면 일정 수위를 회복하는 화수분과 같았다. 그래서일까. 청와대도 새누리당도 너무 ‘나태해져 버렸다’. ‘환심’을 사기 위해 애써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라는 걸 잊어버렸다. 그러니 이런 민감한 시기에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치매기 가득한 발언을 멈추지 못하는 것이다. 너무도 공고한 지지율이 이들을 나태하게 만들었으니, 이것도 결국 오로지 국민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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