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자회사인 KT ENS의 본래 사명은 KT 네트웍스였다. IT, 네트워크, 시스템 및 장비분야의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사명을 지금의 ENS로 변경했다. 그다지 유명한 회사가 아니었으나 2800억원대의 대출사기에 KT ENS 직원이 연루되면서 일약 톱뉴스에 이름을 올린 회사가 됐다.

KT ENS는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대해 “관련 사실을 점검한 결과, N사 등 납품업체와는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거래한 사실이 없다”며 “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출약정, 지급보증을 한 사실, 본건 대출 관련 사용인감을 승인한 사실 등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실제로 사기대출을 받은 주체는 납품업체들의 매출채권을 넘겨받은 SPC(특수목적 법인)였다. 게다가 담보물인 매출채권에 대해 KT ENS는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결국 가짜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회사와 KT ENS 직원이 공모해 사기대출을 받은 것으로 금감원은 판단하고 있다. 가짜 매출채권을 만드는데 가담한 납품업체의 업체명을 보도한 매체는 거의 없는 가운데, 직원이 가담한 KT ENS의 이름이 연일 ‘사기대출’과 연관돼 언론에 오르내리는 상황이 억울할 만은 하다.

그러나 KT ENS가 자사 직원에 대해 “단순한 조력자로 판단” 된다거나 회사측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문제가 있다.

요즘 정부에서는 ‘개인적 일탈’이라는 표현이 유행하는 모양이지만, 회사 직원이 2800억원대의 사기대출에 연루된 상황에서 회사가 직원에 대해 관리책임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심각한 자성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같은 보도자료에서 “2006년부터 외부감사인을 통해 내부회계관리(내부통제) 점검을 받고 있으며, 외부감사인의 감사 결과 ‘문제 없음’의 의견을 받은 바 있다”는 대목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KT ENS의 내부통제는 물론 외부감사인의 감사 역시 신뢰하기 힘들다는 의미일뿐 회사의 잘못이 없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작심하고 사기를 치려고 할 경우에 금융기관은 속수무책이다. 회사 역시 이런 상황을 통제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금융회사 직원이 사기에 연루됐을 때 그 회사에서 ‘직원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금융회사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원이 사기에 연루될 경우 회사의 관리책임이 당연히 문제시된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사기사건은 경찰과 금감원의 조사에 의해 결국 전말이 드러날 것이다. 여기서 KT ENS와 대출을 한 은행, 보증을 선 증권사들이 서로의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해 책임소재부터 따지기엔 사기대출로 발생한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은 책임이 없다는 발뺌보다 직원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는 솔직한 고백과 자성이 도움이 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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