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설이다.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고향을 다시 마주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부쩍 나이가 들어버린 부모가 걱정된다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윤치선 연구위원은 최근 생활비·의료비·인간관계 측면에서 부모의 노후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는 자료를 냈다. 명절을 앞두고 가볍게 읽어볼만한 내용 위주로 정리한다. 일회성 용돈이 아니라 부모님의 노후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먼저 동의한 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생활비? 국민연금·주택연금·노령연금·기초연금 확인

만 60세가 넘어가면 정기적인 소득원 고갈이 시작될 시점이다. 남은 것은 국민연금과 금융자산, 그리고 살고 있는 집, 혹은 농지가 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국민연금 수급까지 아직 몇 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마땅한 소득원이 없다면? 이 경우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는 조기노령연금이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완전노령연금 수급까지 5년 이하로 남은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조기노령연금을 받으면 연금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불이익도 있다. 연금 개시시기를 1년 앞당길 때마다 수령액은 6%씩 줄어든다. 만약 5년 먼저 조기노령연금을 받는다면 받는 돈이 30%나 줄어드는 셈이다. 따라서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지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당겨받기 싫다면 주택연금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주택연금은 살고 있는 집을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수령하는 금융상품이다. 소유자 나이가 만 60세를 넘고, 주택 가격이 9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가입이 가능하다.

부모에게 농지가 있다면 농지연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농지연금은 만 65세 이상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를 담보로 매월 일정한 돈을 지급받는 제도이다. 주택연금과 마찬가지로 부부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있으며, 연금을 받으면서도 해당 농지에서 계속 농사를 지어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영농경력이 5년 이상이고, 총 소유농지가 3만㎡ 이하여야 하며, 해당 농지가 실제 영농에 이용 중이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말한 국민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중 어느 것도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면 최후로 알아볼 것은 기초연금이다. 만 65세 이상이고,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속최대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 20만원이다. 모자란 돈은 자녀들이 해결할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인생은 65세부터? 의료비 지출도 이제 시작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 못지않게 의료비 지출도 중요해진다. 한국보건사업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한국 남성의 경우 65세 이후 발생하는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50.5%다. 여성은 이 비율이 55.5%였다. 내 부모의 의료비 발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부모가 아플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미리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큰 병이 걸리면 어느 병원에 갈 것인지, 그 때 필요한 병원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먼저 해봐야 할 것은 보장성 보험 분석이다. 부모와 자식 명의의 보험증권을 다 찾아 세부내용을 살펴보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회사 보험이다. 회사에 따라서는 복지차원에서 부모를 포함한 직계가족 전부에 대해서 실손의료보험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이 있다면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부모가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험이 전혀 없다면 문제다. 지금이라도 의료보험을 가입해 두는 것이 좋다. 이럴 때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실버보험이다.

실버보험은 말 그대로 고령의 어르신을 위한 보험인데, 상조보험, 건강보험, 간병보험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이 가능하다. 이 중 상조보험은 부모상을 당했을 때 장례비용 정도되는 소액의 보험금과 장례 서비스가 지급되는 상품이므로, 의료비 대비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의료비를 위해 고민해봐야 하는 보험은 건강보험과 간병보험이다. 건강보험은 질병이나 사고 발생시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수술, 입원, 통원 치료비용을 충당해주는 보험이다. 실버암보험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상품별로 보장범위와 가입가능연령이 다르므로, 부모에게 맞는 것을 따져서 가입해야 한다.

간병보험은 부모가 장기요양 1급 혹은 2급 판정을 받았을 때 미리 약정한 진단금 혹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한 마디로 거동이 불편해져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이 어려워질 경우 돈이 나오는 보험이란 뜻이다. 일반적인 의료비와 다르게 요양비용은 장기간 발생한다. 따라서 간병보험을 통해 별도로 대비해두면 좋다.

내 부모님, 혹시 외롭지는 않으실까?

마지막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부모의 인간관계다. 노후에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외로움이다. 일을 할 때는 주위에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친밀감 내지는 동료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인간관계는 극도로 좁아질 수 있으며, 이 때 느끼는 고독감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 교수 루이스 터먼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친밀한 사회적 유대관계를 발전시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보다 행복하게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비슷한 연구결과들은 많다.

물론 자녀가 부모님의 인간관계까지 간섭하기는 여렵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최소한의 도움은 제공할 수 있다. 자주 찾아뵙지는 못해도, 자주 연락드리는 것은 가능하다. 부모님 사시는 지역에 있는 친목 동호회나 종교단체에 대해서 알아봐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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