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둘러싸고 규제를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10일 오후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가 개최한 정책토론회 ‘유통규제법의 한계와 소비자 권익보호’에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신승만 연구위원은 “자율 경쟁에 따라 소상공인들이 시장에서 모두 도태된다면 향후에는 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소상공인들이 유통시장에서 사라지면 경쟁사가 없는 대형마트들은 언제든 가격을 올릴 수 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규제”라고 했다.

소상공인과 대기업을 동일선상에 놓는 ‘자율경쟁’이 명분에는 맞는 듯 보일지 모르나 공정한 경쟁은 아니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신 연구위원은 “대기업 총수의 자녀와 내 자녀를 똑같이 경쟁을 시킨다면 10년 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일 것”이라면서 “열악한 영세상인과 대기업간의 자율경쟁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8.2%가 현행 ‘월2회 의무휴업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11.3%), ‘현재 보다 축소해야 한다’(7.7%), ‘폐지해야 한다’(7.4%)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조례가 위법이라는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신승만 연구위원은 “판결문을 보면 서울고법은 한 연구 자료에 근거해 (대형마트 쪽에) 손을 들어줬다. 연구라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근거로 법원이 판결을 내렸다는 데에는 아쉬움이 든다”고 했다.

반면 한국유통법학회장인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소상공인 보호가 이른바 ‘엄살주의’만 키워놨다고 주장했다.

최영홍 회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정부에서 대기업을 규제하고 소상공인의 창업을 지원해주다 보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규제에 의존하고 엄살만 늘었다”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 대기업 규제가 과도하다고 했다.

중소기업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 회장은 “취미로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지만 사업을 하려면 프로의식을 갖춰야 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고, 망하는 것이 두려워서 유별나게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규제를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우리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불친절과 값비싼 물건, 저질에 강요당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가보니 주차도 불편하고, 아이는 울고 짜증이 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이제 대형마트를 규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김정호 특임교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둘러싼 정치인과 공무원, 시민들의 위선이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과 공무원, 소비자들의 위선이 문제다. 말로는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가지 않는다.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그들의 가족만 재래시장을 이용해도 충분히 수요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가게는 문을 닫는 것이 맞다. 소비자들이 발길을 끊는다고 법으로 묶어서 억지로 찾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