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 소개된 르노삼성 QM3 쇼케이스<사진=뉴시스>

환경규제 법안 시행예고가 잇따르면서 자동차 업계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중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을, 환경부는 ‘저탄소 협력금제’를 통해 각각 저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행키로 한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중 ‘자동차 평균연비 규제’는 연비 기준 미달 차량을 제조·수입한 업체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2006년 제정된 뒤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됐으며, 그동안 과징금 규제 수준에 대한 협의를 거쳐 올해 처음으로 과징금 수준이 정해졌다.

산업부와 업계는 2015년 기준 전체 평균연비가 17㎞/ℓ에 미달하는 업체에 대해 물리는 과징금 요율을 1㎞/ℓ 당 8만2353원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과징금은 해당 연도 매출액의 최대 1%까지 물릴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간 1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자동차 제조업체가 평균 연비 기준에서 ℓ당 1㎞ 미달할 경우 8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산업부와 업계는 2016년 이후의 과징금 기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의 ‘저탄소차 협력금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이 경우 부담금이나 보조금 대상은 소비자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은 보조금, 반대로 많이 배출하는 차량은 부담금을 물게 된다. 프랑스가 2008년부터 시행 중인 ‘보너스-맬러스 제도’와 유사하다.

저탄소차 협력금제가 시행되면 내년 1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50g/㎞을 중립구간으로 놓고, 130g/㎞ 이하 차량 구매시 보조금을, 151g/㎞ 이상의 차는 부담금을 추가로 낸다. 현재까지 논의된 수준에서 경차와 소형차종은 값은 내리겠지만 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은 최대 700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갈 전망이다.

하지만 규제 수준이 높다는 자동차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환경부는 기획재정부, 산업부 등과 기준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내달 중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자동차 업계는 두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시기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데 반발하고 있다.

일단 연비 과징금의 경우는 충분히 대비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규제 수준은 협회와 충분한 협의가 됐으며 업체에서도 무리 없이 규제 수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협회는 저탄소 협력금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비 과징금 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까지 부담금을 물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가격을 통한 정책 규제가 실패한 사례가 많이 있는데도 저탄소 보조금제를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 일단 연비 과징금부터 도입하고 차근차근 규제를 넓혀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급한 법 적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내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라인업이 다양해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지만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GM은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한 편이고, 르노삼성은 전기차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발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UV가 주력인 쌍용차다. 이유일 사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탄소협력금제는 유럽 기준에 맞춰져 있어 국내 실정과 동떨어진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시장을 소형차·친환경차 위주의 합리적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보너스-맬러스 제도’를 통해 저탄소차 소비가 크게 증가했고, 이로 인해 매년 24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말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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