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만들어 올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셀피 스타일 동영상 이야기다. 여기서 오바마 대통령은 혀를 내밀거나 익살스런 표정을 짓거나 어린이들처럼 선글라스를 쓰고 ‘폼’을 잡기도 한다. “Thanks Obama(우리에게도 익숙한 일이 잘 안될 때 쓰는 ‘이게 다 오바마 탓이다’의 의미)”라는 자조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대통령=권위’라는 통념을 뒤집는 아이디어와 혼신을 다한 그의 ‘예술혼’ 덕분에 이 동영상은 제대로 먹혔다. 유튜브에 오른지 하루만인 우리 시간 14일 이미 조회수 2500만건을 넘겼고, 1억건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누구 표현대로 대박이 났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미합중국 대통령이 이런 우스꽝스런, 심지어 자조적이기까지 한 이미지의 코미디 주인공이 된 것은 오로지 미국판 건강보험 오바마 케어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현지시간 15일 등록마감을 앞두고 주로 젊은이들에게 건강보험 등록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웃음거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 현지에서도 찬반과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아놓은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성과로 보인다. 그만큼 건강보험 시스템 구축이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7년 의료보험 정책을 급조하다시피 만들어내고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그 시작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위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우리나라가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의 출발점이 됐다. 비록 보험재정은 고갈돼가는 중이고 보장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그것도 모자라 의료계에서는 의료인 등골을 파먹는 저수가의 ‘원흉’으로 치부되고 있지만 말이다.

소득 대비 보험료율이 15%와 10%에 육박하는 독일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이 비율은 6%가 되지 않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어느 정도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이 개보험(皆保險)이 없었다면, 송파 세모녀 사건 같은 문제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사회안전상의 비극이 대량생산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에서 그나마 의료접근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약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인데,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 그런 것들을 기대하다가는 ‘복지과잉’이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후폭풍을 견뎌낼 재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우리 건강보험제도에 새 피를 수혈해 줄 부과체계 개선안이 석연찮은 이유로 좌절된 것은 이 땅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슬픈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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