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의 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 전 국민의 시선이 쏠린 사이, 국회에서는 중요한 정치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해외자원개발 특위의 국정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국정조사 시작부터 충격적인 사실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12일 기관보고를 진행한 한국석유공사가 대형 해외자원개발 사업 성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조작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위에 참가 중인 김제남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미래 회수금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국제 유가를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4대 유가전망기관이 내놓은 향후 3년간 평균 유가전망이 배럴당 66달러, 올해 평균 유가전망은 58.5달러 수준이다.
한국가스공사의 경우에는 미래현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턱 없이 높게 잡은 사실도 드러났다. 캐나다 혼리버, 호주 GLNG 사업 등의 할인율을 비상식적인 6~7%대 수준으로 잡은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5년여간 회수액을 계산할 때 적정한 광물가격 및 할인율을 적용하라는 감사원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하게 수치 조작과 왜곡을 통해 ‘MB 회수율’을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석유공사가 2011년 인수한 영국석유회사 다나(Dana)의 지난해 예상 매출액은 2조420억원이었으나 실제 매출은 그 절반 수준인 1조990억원에 그쳤고, 세전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실제로는 4340억원의 영업손실로 나타난 데서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런 자원외교의 실패 배경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치적 쌓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통해 임기 중 자원외교를 통해 4조원이 회수됐고, 투자금 대비 회수율이 114.8%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1996년 시작한 영국 석유광구에서 회수한 2조원과 참여정부가 시작한 미국 석유광구의 4000억원 등 이전 정권의 성과를 제외할 경우 실제로는 3900억원이 회수됐고, 이는 회수율 1.7%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밝혔다.
해외자원개발이 실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워낙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지라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하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했어야 한다. 턱없는 실적 부풀리기로 국민을 속이는 조작 행태는 수조원을 낭비했다는 사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물론 이것이 석유공사나 가스공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태도로 자원외교를 이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문제의 시작이다. 해외자원개발 특위는 그간의 조작행태와 혈세 낭비의 사실관계는 물론, 그 배경에서 작용한 정치적 의지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혀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지난 12일과 13일 석유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 한국광물자원공사, 대한석탄공사의 기관보고가 완료됐다. 설 연휴가 끝난 뒤인 23일부터 25일 사이에는 가스공사와 한전 및 발전자회사, 국무총리실과 외교부, 코트라와 무보, 산업부의 기관보고가 이어진다. 국회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대의 정치일정인 이번 국정조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간다는 것을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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