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Currency Swaps)는 문자 그대로 ‘통화 교환’, 즉 거래 상대방 간에 일정기간 통화를 바꾸는 거래, 혹은 계약을 의미한다. 본래 금융시장에서 환헤지를 위해 실행하는 ‘통화간 교환(Currency Exchange)'을 지칭했다. 계약이나 투자를 하면서 통화가치의 하락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통화간 교환비율을 정해 계약을 맺는 것이다. 이 거래에서 위험회피 비용은 CRS(Currency Rate Swap) 금리로 처리된다. 엄밀히 말해 CRS금리는 통화스와프 상대방이 가진 통화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다. 예를 들어 원화와 달러화를 가진 사람이 통화스와프를 맺을 경우 달러화를 가진 당사자는 (상대방이 가진) 원화에 대해, 원화를 가진 당사자는 원화에 대해 이자를 지급한다. 달러화와 같은 안전자산의 이율이 높은 것도, 내가 보유한 통화가치가 기대치 않게 상승해도 이득을 보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보다 널리 알려진 통화스와프는 국가간 통화스와프 협정(Swap Agreement)을 지칭하는 것으로, 두 나라가 자국의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맞교환하기로 하는 중앙은행 간의 협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30일 한미간에 맺은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300억달러의 인출한도로 ‘마이너스 통장’을 상호간에 만들어 준 것과 같다. 마이너스 통장처럼 계약기간 중 어느 때나 인출이 가능하고, 통화간의 맞교환이기 때문에 부채가 아닌 교환의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는 이 통화스와프를 통해 160억달러가 넘는 돈을 변통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이론적으로 미국이 외환위기를 겪는다면 원화로 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안정되지 않은 계약국가 입장에서 통화스와프가 ‘수혜’로 인식될 수도 있는 이유다.

최근 때 아니게 이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100억달러짜리 한일 통화스와프가 23일 만기와 함께 중단되기 때문이다. 양국 중앙은행은 16일 “한일 양자간 통화 스와프를 이달 23일 만기를 기점으로 연장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양국은 지난 2001년 7월 20억달러짜리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한 때 그 규모를 700억달러까지 키우기도 했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570억달러짜리, 2013년 박근혜 정부 2년차 30억달러짜리에 이어 마지막 100억달러짜리마저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종료는 최근 냉랭해지고 있는 양국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혜’로 인식하는 측에서 연장을 제의해야 하는 특성상 국가 간 자존심 문제도 걸려있고, 일본 당국이 우리 정부의 자존심을 슬그머니 건드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양국 모두 이 스와프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외환보유국인 일본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우리도 외환보유액이 3600억달러를 넘는데다 중국, UAE,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네시아와 양자간 통화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만 해도 일본의 6배에 가까은 64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아세안과 한중일 간에 맺은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로도 384억달러를 인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이 한일 금융시장에 미치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간의 공조체제는 여전히 필요한 만큼, 오는 5월23일 열리는 양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적극적으로 협력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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