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11개 사업영역 중 8개가 코트라와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공개한 ‘중소기업 수출지원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코트라와 중진공의 기능이 중복되는 경우는 해외인력 알선, 온라인마케팅, 해외시장조사, 바이어와 상담주선, 전시회 한국관 운영, 무역사절단, 현지사무공간 제공, 현지진출상담 등이다.

코트라와 겹치지 않는 중진공의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은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중소기업의 국내 창업, 무역인력 양성, 시설자금 등 자금지원 등 3개분야에 불과했다. 코트라 역시 17개 사업분야 중 중진공과 중복되지 않는 사업분야는 9개에 그쳤다.

  ©중기이코노미

사업중복으로 인해 정부의 인력과 예산이 낭비된다는 점도 문제지만, 지원받고자 하는 중소기업에게 적절히 예산이 분배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보고서는 “정부의 예산지원이 가능한 중소기업 수출지원사업은 총 408개에 달하는 등 중소기업 수출지원사업의 수가 많으며 지원사업 간 유사·중복성이 높아서 이로 인한 인력 및 예산 낭비와 비효율성 증가, 중소기업들의 인지 및 이용 저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수출지원체계가 복잡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었다. 3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남대학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9.4%의 중소기업이 ‘신청절차 및 보고사항 등이 너무 복잡’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해외진출 지원기관 및 프로그램이 너무 복잡’하다는 응답도 17.5%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같은 문제는 다수의 중소기업 수출지원사업의 개별 과제들은 소관 기관 고유의 목적추구 및 핵심기능 수행과정에서 파생한 것이지, 중소기업 수출지원을 최우선 목표로 추구하며 만들어진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관련 기관의 개별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업 수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해진 경우”다. “해당 기관의 이미지 향상과 유리한 평가를 위해 숙고과정 없이 백화점식으로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망라하려다 보니 수행능력 없이 시작하는 형식적인 사업들도 생성됐다”는 것이다. “해외 파견 근무를 소속기관의 직원에 대한 인센티브처럼 여기는 문화도 사업의 수와 기관의 수가 늘어나 복잡해지는 데 일조했다”고도 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지난 2008년 정부는 국내 지원사업을 중진공으로, 해외 지원사업은 코트라로 단일화한 바 있다. 그러나 소수의 기관들이 기관간 경쟁을 벌여 서비스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정부 출범 이후 중복 지원체계로 돌아가게 됐다.

  ©중기이코노미

보고서는 유사·중복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각각의 중소기업 수출지원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와 사업 수행기관의 핵심역량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업무 중복은 줄이고 필요한 중복은 허용하는 것”을 방향으로 제시했다.

또 중진공과 코트라의 원활한 업무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과 중소기업, 해외시장 수요와 중소기업 수요 중 어디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중소기업 수출의 전반적인 성숙도에 따라 중점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유연하게 포괄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두 기관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코트라는 해외현지 무역관 네트워크, 주요 산업별 국제무역투자 진흥활동에 대한 조사인력과 조직운영의 노하우 등이 고유한 역량이므로 “국가 간 통상정책 부문의 지원에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원포커스는 산업 및 시장, 지원내용은 해외마케팅과 기반조성, 기업규모는 중규모 및 중견기업, 수출 단계는 성장·성숙 등의 분야에서 전문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중진공은 자금지원과 기술컨설팅 등의 오랜 국내 현장지원 경험 등이 고유 역량이므로 “개별기업 차원의 지원부분에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지원포커스는 제품(기술사업화), 산업(국내 산업현장), 지원내용은 기업 역량 제고와 국내관련 해외마케팅, 규모는 소규모 및 중규모, 수출단계는 초보에서 성장까지의 분야에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출지원 서비스 수요자들의 편의와 협상력 제고를 위해 관련 기관들에 산재된 바이어 정보와 중소기업 정보의 데이터베이스들을 신속하게 통합해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구축되고 있는 중소기업 통합관리시스템에 바이어정보를 포함시키면 통합 데이터베이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수출지원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의 활용 및 관리가 편리할 것이라는 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