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rny garden 10호 oil on canvas, 2014

‘움직임’이 그림을 그리게 하는 동기가 된다는 작가 이해은은 인간의 삶 속에서 즐거운 자유를 누리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사실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지만 물리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르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회화란 나에게 날개와 같다. 내가 현대인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세계 구석구석을 다 누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할 것이란 점과 언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끌벅적한 장소도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일말의 형상으로 남겨질 것이란 점이다. 나는 나의 그림에 아주 생생한 것들과 사라질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두 눈은 생각보다 더 진실하고 정확하다. 깊이와 느낌을 볼 수 있다. 나는 그런 눈으로 보는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다.”(작가노트 중)

Giverny garden 15호 oil on canvas, 2014

하와이 해변에서 느꼈을 온몸에 감촉으로 남아 있는 따사로운 햇빛, 보랏빛으로 물든 파리의 밤, 스스로를 동화시킨 지베르니 정원 등 기억 속에서 취합된 생생한 것들은 구체적인 형상으로 출발하지만, 오롯이 그녀만의 감각기관을 거쳐 작업은 비형상화된다. 여기에 그녀가 말하는 움직임이 있다. 음악의 선율과 닮은 리듬감이 그것이며,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그녀의 감각이 그것이다.

바람, 공기, 물, 빛 등 그녀의 감각은 단순히 시간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공감각적인 모든 것을 온전히 체화시켜 그림으로 옮긴다. 음표가 모여 하나의 악보를 만들 듯이, 기억의 조각을 점, 선, 면 그리고 색으로 표현하며, 하나의 밀도 있는 음악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온몸의 기관들을 나른하게 하고 그녀가 지휘하는 찬란하고 감동적인 오케스트라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정리=키스갤러리 이유미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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