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이란 무엇일까요? 미술가로 치면, 작품에 대한 권리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하죠. 자신의 작품 컨셉을 모방한 작가가 나타나면 ‘저작권 침해 아닌가?’라며 상담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판매할 때 저작권은 따로 계약해야 한다는 것도 많이 알고 계십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애써 창작한 작품의 저작권을 빼앗겼다는 안타까운 사연도 있지요.

저작권법은 왜 생겼을까요? 저작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작권은 저작자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자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권리의 주인이 될 수 있어 객관적인 보호를 필요로 합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저작권은 언제 생길까요? 어디에 저작권을 등록이라도 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저작권은 저작자가 저작물을 만드는 순간 생깁니다. 다만 저작권이 생기려면, 그 작품이 ‘저작물’이어야 합니다. 그럼 저작물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합니다.(저작권법 제2조) 원래 저작물에 대한 법적 정의는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었으나, “문학, 학술 또는 예술에 범위에 속하는”이 없어지고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으로 바뀐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흐르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능적 저작물 등의 저작권도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죠. 법의 정의에 따르면 저작물이 되기 위한 요건은 첫째, 창작성 둘째,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들은 저작물이 될까요?

이 작품들은 기성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놓거나, 기성 그림에 약간의 덧칠을 했습니다. 창작한것이 없거나 아주 적습니다. 저작물이라면 앞으로 누구도 이런 작업을 할 수 없는 걸까요?

위 그림들은 대신 그린 그림들입니다. 즉 작가가 타인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고 그리라고 한 것이죠. 그린 사람은 작가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예를 들면 간판화가, 조수들)이므로 그 작가들의 저작물이 아닐까요? 이 작품들은 일부러 현대미술의 의의를 가지기 위해 고의적으로 타인에게 시킨 것입니다.

이런 건 어떨까요? 키펜베르거는 유명작가 리히터의 ‘회색그림’이라는 작품을 구입해서 다리 네개를 붙여 책상을 만듭니다. Model interconti라는 제목인데요, 현대미술이 가지는 난해하면서도 비싼 가격을 비판하면서 ‘겨우 실용성은 다리를 붙여야 책상에 불과한 널빤지 주제에’ 라는 의미가 들어있죠.

이러한 작품들에도 저작권을 인정하려면 저작물이 되는 몇 가지 요건이 있습니다. 위 작품들이 저작물이 될 수 있는지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창작성

창작성이 있어야 저작물입니다. 법원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이기 위해서는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이어야 하므로 그 요건으로서 창작성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할 뿐이어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지 저작물에 그 저작자 나름대로의 정신적 노력의 소산으로서의 특성이 부여되어 있고 다른 저작자의 기존의 작품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2.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

(1)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동물의 그림이라든지, 인간의 그림이라도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이 아닌 자동적으로 작성되는 기상도 등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아닙니다. 순수한 기술적 고안이나 단순한 사실, 데이터의 나열은 기본적으로 저작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사실, 기술, 데이터가 어떠한 사상을 나타내었다면 저작물이 됩니다. 일본 도쿄지방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지의 사실 또는 일반 상식에 속하는 사항이더라도 이것을 어떻게 감득하고 어떠한 언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가는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르므로 그 구체적 표현에 창작성이 인정되는 한 저작물성을 긍정한다고 했습니다.

(2)표현=저작물 요건에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할 것이 또 하나의 요건입니다. 표현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 단계에서 머무를 경우 저작물이 될 수 없고 외부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 말인즉슨 ‘표현’되지 않은, 속으로 숨은 ‘아이디어’ 자체는 표현이 아니어서 저작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작권 이론 중에 ‘아이디어 와 표현의 이분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즉 표현 이전에 아이디어가 있고, 이것이 외부로 도출되어야 표현이라는 것으로써 둘은 개념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표현이 아니어서 저작물이 아니라는 이론은 법으로 명문화 되어 있지 않더라도 해석상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일본의 학설 및 판례에서도 인정되고 있습니다. 즉 저작물을 구성하는 사상, 관념 등은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하고 표현이 된 경우만 그 표현만을 보호하게 됩니다. 그래야 오히려 학문, 문학, 예술의 발전이 가능하죠. 누군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었는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이거 내가 생각했던 거니까 내꺼임!” 하면 얼마나 당혹스럽겠습니까? 생각만 했던 것이 아닌 적어도 표현으로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이죠.

다시 위에서 든 예시 작품들을 봅시다. 이들이 저작권의 대상으로서 저작물성을 가지는가에 대하여 어떤 사람들은, 직접 그리지 않았거나, 표현이 아닌 개념, 아이디어에 불과하고, 일상에서 그대로 따와 창작성이 없고, 객관적 견해에 불과해, 표현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저작물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런 것까지 저작물로 작가에게 독점시킬 수는 없다는 의미이지요.

미국의 한 변호사 Lori Petruzzelli는 1995년 논문에서 “이러한 미술까지 저작권을 확대한다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할 수 있어서, 독창성의 기준이 무너지고 저작권법의 사멸을 뜻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작권법을 너무나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오늘날의 현대미술은 존재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나의 기준만으로 “직접 그리지 않은 것은 저작물이 아니다”라든가 “아이디어 미술은 저작물이 아니다”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방식을 불문하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의도적으로 표현했다면 개념미술들에게는 넓게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글=LG전자 스마트비즈니스센터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