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이 등장하는 TV광고는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SK이노베이션의 TV광고였다. 이 광고는 첫 장면에 북극곰이 등장하고, “저를 광고에 쓰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고통받는 북극곰을 다룬 이 광고는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아 지난 2012년 소비자가 뽑은 광고상의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그린피스의 광고 역시 북극여우 등으로 캐스팅(?)을 넓힌 듯하지만, 체감상으로는 북극곰이 등장하는 광고가 가장 많은 듯하다.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역시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는 현실을 알릴 필요가 있고, 가장 첫 번째 피해자이면서 인간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효과적인 광고기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온난화라는 현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측을 제시하는 입장이나 온난화 자체의 원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온난화 자체를 입증할 수 있는 보다 엄밀한 관측을 제시하거나, 인간외적인 이유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환경문제에서는 유독 과학으로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일이 빈번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설 연휴 막바지 미국에서는 이 논쟁에 충격을 주는 폭로가 나왔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화석연료와 온실가스가 아니라 태양의 영향이라고 주장한 연구에 에너지기업들이 돈을 대줬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현지시간으로 22일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연구를 주도한 연구자가 정유업체 엑손모빌 등 에너지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왔다는 그린피스의 폭로를 보도했다. 국제적인 환경시민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연구자의 최대 후원자는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업체였고, 미국석유협회도 후원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단순한 거액 후원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된 웨이-혹 순 박사는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에서 일하며,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연구결과를 과학잡지 등에 실어 연구윤리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순 박사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법률안의 입법과정에서 미국 의회에 출석해, 화석연료에 의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기업이 스스로 과학연구를 진행하거나 연구기관을 후원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막 발생한 온실가스 게이트의 배경에는 이같은 후원관계와 좀 다른 관계맺기가 엿보인다. 기업의 영향력이 과도해진 나머지 과학이 연구방향을 설정할 때 연구와 사실이 아니라 후원자의 입맛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기업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학에 대한 후원은 지속하더라도, 영향력에 대한 반성적 성찰은 필요해 보인다. 만일 기업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에 대한 왜곡을 연구자에게 요구했다면 기업과 연구자 모두 용서받을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를 행한 것이겠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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