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음악계의 반대 속에 결국 자진사퇴했다.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신상의 사유로 (예술감독 자리를) 내려놓고 물러나겠다. 마음의 상처와 정신적인 피로감이 커 연연할 수 없게 됐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예술감독은 “뜻을 펼쳐볼 기회조차 없이 언론을 통해 비쳐지는 모습에 가족들이 상처를 받았다. 과거 일까지 들춰져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이 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소프라노 한예진 씨를 예술감독으로 임명했으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악계의 반발을 사 왔다. 음악계 인사들은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한예진 예술감독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예술감독은 “오페라단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임명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임명 당시에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자신감이 충만했으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외부의 우려가 너무 컸다”고 했다.

자신의 임명 철회를 주장한 음악계 인사들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한 예술감독은 “조금 더 지켜봐주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못내 서운함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시위까지 불사하며 비난했던 분들이 음악계 전체를 대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그분들도 한국 오페라를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가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수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마치 일부러 경력을 부풀려 서류를 낸 것처럼 의심하는 보도도 있었지만 자료 배포와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실수였음을 거듭 말씀드린다”며 “실수 또한 내 책임이다. 이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무대로 돌아겠다”고 말했다.

한예진 예술감독은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활동 중인 소프라노다. 밀라노베르디국립음악원에서 성악을 공부했으며 현재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