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리틀빅픽처스>
김성호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지난해 연말 개봉했다가 겨울방학 성수기 ‘대작’들 사이에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대부분 개봉관에서 밀려나 ‘막을 내린’ 영화였다. 하지만 전문가의 호평과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2월 12일 전국 44개 상영관으로 스크린 수를 늘리며 사실상 ‘재개봉’에 성공했다. 재개봉 첫 주말인 14일과 15일에는 각각 37%와 37.9%이라는 한국 영화 중 2위에 해당하는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고 제작사 측은 밝혔다.
개훔방은 외견상 깨끗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웰 메이드 영화에 가깝다. 집을 잃고 무능한 엄마와 함께 봉고차에 살고 있는 어린 주인공이 ‘분당’도 아닌 ‘평당’에 있다는 500만원짜리 전셋집에 들어가기 위해 부잣집 주인의 개를 훔치는 줄거리다. 개를 훔치고, 사례금이 붙으면 자신이 그 개를 찾아낸 양 돌려주고는, 행복하게 평당의 전세집으로 들어가겠다는 앙증맞은 계획이다. 카메라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단들을 뒤따라가며 비춰준다.
일단 개를 훔쳐 사례금 500만원을 받아내겠다는 설정이 좋고, 억지 귀여움을 ‘강요’하지도, 닳아빠진 어른 흉내도 내지 않는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도 깔끔하다. 여기에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같은 어른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의 깊은 맛을 잡아준다. 앞 선 두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강혜정은 이 영화로 ‘다시 배우로 돌아왔다’는 평을 받을 만했다.
반대로 ‘끝이 너무 쉽게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이 영화는 순진하고 깨끗한 동심의 아이들, 더없이 귀여운 강아지, 화사하니 잘 짜인 각본, 말끔하게 정돈된 신들로 인해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하다. 청즉무어(淸則無魚), 이로 인해 영화는 밋밋해지고, 결말은 쉽게 보이고, 영화가 가진 내러티브의 잠재력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루하다’거나, ‘관객동원력 부재’로 평하는 매체도 있다.
그러나 발칙한 제목과 이야기의 신선한 출발점 못지않게, 깔끔함과 화사함은 이 영화가 가진 미덕임에 틀림없다. 춘향전 어사출도나 심청전 봉사 눈뜨기처럼 엄청난 클라이맥스를 가진 영화는 아니지만 로드무비처럼 과정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특히 어린 배우들을 ‘어른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배우로서 올곧게 활용한 점은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어른 배우들의 연기야 말할 나위 없거니와 개별 캐릭터들도 제법 의미심장하게 살아있다.
겨울의 끝자락, 너무 과하지 않은 ‘가족영화’로 즐기기 제격인 영화로 보인다. 사족 하나. 500만원을 목표액으로 잡은 ‘범행동기’와 상상 속 평당을 찾아가는 영화 속 지난한 행보는, 36억원의 제작비로 세찬 영화판 현실에 맞닥뜨린 이 영화가 처한 현실과 맞닿아있다. ‘천만관객’까지는 아니더라도 ‘재개봉의 면’은 세워주기를 고대한다든 제작사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상영관 축소와 흥행 부진의 와중에 사표를 내던진 바 있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는 재개봉 이후 흥행스코어도 별반 개선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이를 두고도 시끌시끌 논쟁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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