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을 영국·독일 등 유럽에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콘텐츠 수출업체 웨이트포유의 최현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주최한 스마트콘텐츠 투자 및 해외진출 전략 토론회에서 “유럽은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소액결제 대행 서비스가 없어 구글플레이에서 신용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다”면서 “인앱결제 주 소비층인 청소년이나 청년 층은 신용카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동통신사가 구글플레이 소액결제를 대행해주는 국가는 한국과 미국, 일본뿐이다. 시장조사기관 앱애니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기준 구글플레이의 국가별 앱 매출은 1위가 일본, 2위가 미국, 3위가 한국이다. 4위가 독일, 5위가 영국이지만 3위인 한국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구글이 진출해 있지 않아 해당사항이 없다. 일본과 미국, 한국의 구글플레이 매출이 높은 것은 이통사 소액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한국 개발사가 페이스북처럼 완전 무료 서비스를 할 거라면 모르겠으나 추후 유료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유럽 시장은 큰 의미가 없다. 구글플레이에서 매출을 거의 올릴 수 없어 자선행위밖에는 안 될 것”이라며 “유료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유료결제가 잘 이뤄지는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한국만큼 고사양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다. 유럽통인 최 대표에 따르면 저사양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비율도 상당하다. 그래픽이 복잡하고 메모리가 많이 필요한 앱을 구축하면 이용자 폭이 제한된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한국회사에서 만든 게임 중에는 그래픽이 좋은 앱들이 정말 많다. 그런 게임들은 고사양폰에서만 제대로 작동해 저사양폰 사용자가 많은 해외시장에서는 퍼져나가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축구게임 앱 ‘탑일레븐’ 사례를 들었다. 탑일레븐은 축구 장면을 글로만 묘사해 보여주는 단순한 게임으로 수천만건이 다운로드 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래픽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이 회사는 최근 야심차게 3D그래픽을 적용한 업데이트를 했다가 이용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저사양 스마트폰 단말기에서는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회사는 이용자들에게 사과를 한 뒤 앱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해외는 한국만큼 무선데이터통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중화권 비즈니스 전문매체 ‘플래텀’을 운영 중인 조상래 대표는 “중국은 통신망이 열악해 집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외출할 일이 생기면 읽던 페이지를 책갈피로 표시해 놓는다. 이는 임시파일(캐시)의 형태로 저장돼 용량을 차지하게 된다. 때문에 중국 앱은 앱 자체 설정에 캐시지우기 기능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만의 독특한 환경이 앱의 형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대표는 “국내 개발사가 글로벌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회사 인력 구성부터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아이돌그룹을 만들 때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중국, 태국, 일본 출신을 영입하듯 앱 개발단계부터 인력구성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회사 내부에 현지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이 있으면 글로벌진출 과정이 훨씬 원활해진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회사의 핵심기술은 내부 인력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SBI인베스트먼트의 이인직 차장은 “디지털콘텐츠 분야에서는 기획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기술 개발을 외주로 모두 해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핵심적인 개발역량은 내부 인력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해외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들도 나왔다. 연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창업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국내 투자를 이끌어낸 뒤에야 해외 투자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유럽 시장에 한국 게임을 서비스 중인 웨이트포유 최현 대표는 “게임회사가 투자를 잘 받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 게임의 경우 한번 대박을 치고 히트작을 못내는 이른바 ‘원히트 원더’가 많아 해외벤처캐피털들이 꺼리는 편이다. 게임보다는 오랫동안 비즈니스모델이 지속될 수 있는 스마트콘텐츠나 솔루션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다”고 했다.

반면 조상래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는 게임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무척 활발하다. 중국 인터넷기업인 텐센트는 한국의 다음카카오, 넷마블게임즈 등에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만 중국 회사들이 해외법인인 한국 회사에 바로 투자를 하지 경우는 많지 않다. 한국 회사가 중국 법인을 설립한다는 전제 하에 투자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