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의 자사주 취득금액이 전년 대비 3.8배 늘어난 5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삼성그룹의 취득금액이 3분의 2에 달하는 가운데, 편법적 경영승계를 위한 꼼수라며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가총액 100대기업 최근 5년간 자사주 매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사주 취득금액이 5조3569억원으로 전년(1조4096억원) 대비 3.8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2조4459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SK(8533억원)와 현대차(4598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6개 회사로 가장 많았으며 취득금액은 3조5840억원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자기 돈으로 자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주가안정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근거로 들며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가치 제고는 명분일 뿐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다면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한 기업은 없었다. 제일기획은 지난해 자사주 10%를 처분했지만, 이는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150만주(2208억원)을 매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법 제369조)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하는 자기 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나 회사를 분할하면 사실상 의결권이 부활한다”며 “최근 재벌그룹들의 자사주 매입은 재벌3세로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자사주를 활용한 재벌총수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인 경영승계를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상법’ 개정안을 26일 대표 발의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회사를 설립하거나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를 미리 처분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자사주를 처분하기 전에는 지주회사와 관련된 모든 행위를 금지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방지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김 의원은 “현재는 재벌3세들이 회사 돈으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서 “경제정의 차원에서 이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김기준 의원을 비롯해 김현미, 민병두, 박민수, 박영선, 송호창, 이개호, 이원욱, 이학영, 이해찬, 전순옥, 한명숙 등 12명의 의원들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