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13일부터 해고자 복직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며 굴뚝에 오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고공농성자들. 70m 굴뚝 위에서 설을 맞아야 하는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일부 매체를 통해 전달됐지만, 노사간 실무 교섭은 더디기만 할 뿐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게다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이들은 설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0일부터 하루에 100만원씩 고공농성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국가도 법원도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자 선택하게 된 고공농성.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은 1931년 5월로 기록돼 있다. 당시 평원 고무공장에서 일하던 31살의 강주룡씨는 평양 대동강변 을밀대 지붕에 올라가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녀는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힘든 노동을 견디어 내고 있었지만, 저임금마저도 회사가 깎겠다고 하자 12m의 을밀대 지붕을 택한다. 당시 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그녀는 새벽 1시에 올라갔으며, 9시간30분의 농성 끝에 일본경찰에 체포됐다고 한다. 그렇게 ‘체공녀’(하늘에 머물러 있는 여성) 강주룡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공농성자로 역사에 기록됐다.

쌍용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중인 ‘체공인’<사진=뉴시스>

80여년 전 지붕 위에 쪼그려 앉은 그녀의 모습과 오늘 굴뚝 위 쌍용차 농성자를 보면서 ‘滯空人’(체공인, 고공농성자)은 이들 뿐이었을까? 억울하고 답답한 이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예나 지금이나 그것을 호소할 길이 없어 위험천만한 하늘(고공)을 오르는 일은 줄지 않았을까? 고공농성의 역사를 찾으면서 안타까움만 키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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