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26일 ‘소기업·소상공인 우선조달 제도 금액기준 개편 공청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우선조달 제도는 2013년 5월 도입된 제도로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이 아닌 일반품목에 대해서 추정가격에 따라 경쟁입찰 참여대상을 제한하는 것이다. 추정가격 1억원 미만의 입찰일 경우에는 소기업·소상공인만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1억~2억1000만원 구간의 입찰일 경우는 중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중소기업청이 26일 개최한 ‘소기업·소상공인 우선조달 제도 금액기준 개편을 위한 공청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 우선구매제도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소기업·소상공인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의 금액기준을 현행 1억원에서 ‘3000만원 또는 50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그는 “중기청이 지정한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에는 소기업 우대제도가 있었지만 일반품목에는 소기업 우대제도가 없었다”며 “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규모를 업종에 관계 없이 일률적으로 1억원으로 설정했는데 업계에서 민원이 많았고, 적절한 금액기준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심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연구용역 보고서의 연구대상은 일반품목에 속하는 ‘용역’만 해당한다. 물품에 대한 민원은 발생하지 않아 제외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금액기준 1억원→3천만·5천만원 고려중…소기업 적용범위 줄어

현행 중소기업 우선조달제도 내용

<자료=중소기업청 공공구매 종합정보>   ©중기이코노미

1억원 규모 내에서는 소기업·소상공인끼리 입찰 경쟁을 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기준을 대폭 축소하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을 제외한 일반 물품·용역을 대상으로 입찰가격에 따라 소기업·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입찰경쟁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나눈다. ▲1억원 미만은 소기업·소상공인간 제한경쟁입찰 ▲1억원~2억1000만원미만은 중·소기업간 제한경쟁입찰 ▲2억원1000만원 이상일 경우 대·중·소기업간 일반경쟁 형태로 이뤄져야 했다. 다만, 1억원 미만이더라도 참여할 소기업이 부족하거나 적격한 기업이 없어 유찰된 경우에는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심 선임연구원은 “1억원 미만의 공공구매의 경우 중기업은 참여 자체가 불가능 했기 때문에 중기업이 공공조달에 참가하기 위해 소기업화 하는 시장구조의 왜곡현상까지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적합한 소기업이 없어 유찰이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행정력이 낭비되고,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중기업들이 발생함에 따라 기회비용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A업체의 임원은 “혜택을 보기 위해 인원을 줄여 소기업으로 가는 중기업이 많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인원을 마음대로 줄일 수는 없다. 2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갑자기 기준을 5000만원으로 축소한다고 하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혜택을 줬다 뺏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야 경쟁력을 갖을 수 있나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실망스럽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기준을 재설정한다 해도 어차피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중기청에서 업종별 특성을 파악해 업종별로 금액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그렇다면 업종별로 금액기준 만들어 달라”

기업규모별 공공기관의 조달 비중

단위:%,<자료=중소기업연구원 심우일 선임연구원>   ©중기이코노미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중소기업들은 금액기준을 개편하려면 아예 업종별로 세분화된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전시장치공사협동조합 관계자는 “우리 업종은 무역에 해당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실내건축 면허가 있어야 조달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조건 자체가 1차적인 자격제한이 되긴 하지만 금액기준 변경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전체 250개 업체중 9개 업체만 중기업인데 기준이 축소되면 업체의 97% 정도가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것과 같다”며  업종별로 금액기준을 다르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기청과 심 선임연구원은 실현 가능성과 실익이 별로 없는 요구라고 일축했다.

심 선임연구원은 “업종별로 금액기준을 나누는 것을 고려해 봤지만, 업종별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장터를 통한 중앙조달의 경우에는 조달품목 코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나라장터 사이트만을 활용하는 위탁조달 통계에는 대부분 조달품목 코드가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용역의 금액규모, 낙찰일시, 낙찰기업의 규모 등은 알 수 있지만 품목 및 업종에 대한 정보가 없어 신뢰성 있는 분석을 할 수 없고 업종별 구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것이다.

중기청 공공구매판로과 이병권 과장은 “정부 입장에서도 업종별로 적절한 금액을 정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고,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업종별 기준을 정한다고 해도 업종이 분화되고 새로운 업종이 생겨나고 그 업종 안에서도 소기업과 중기업으로 분화되는 등 변동사항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업체의 특수성도 반영해야 하지만 100% 업종별로 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부득이하게 입찰규모를 기준으로 하게 됐지만,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 선임연구원은 업종별 세분화가 정책 수행 주체들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발표한 연구용역 보고서는 중기청에게 제도의 기준을 변경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장단점을 제시하고 분석한 자료다. 중기청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겠지만 업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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