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에 막을 내린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의 열기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토토가는 90년대 인기가수들을 대거 초청한 MBC 예능프로그램으로 김건모, 김현정, 소찬휘, 쿨, SES 등이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토토가로 시작된 복고열풍에 요즘은 어디서나 90년대 스타들을 볼 수 있게 됐다. 토토가에 출연했던 이들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고 출연하지 못했던 이들은 ‘우리도 있었다’며 이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공연계도 북적인다. 지난 21일에는 90년대 가수들을 모은 콘서트 ‘백 투 더 나인티스 빅쑈’가 열렸고 오는 4월에는 ‘토토즐 슈퍼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추억의 스타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과도한 복고 열풍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토토가’까지는 좋았는데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방송이나 공연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한 연예스포츠매체에서는 “토토가 아류공연이 난무해 우리들의 추억이 변질된다”고 까지 했다.

그러나 최근 생겨나는 복고 프로그램이 토토가의 아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토토가 자체가 최근 몇 년간 지속돼온 90년대 복고 열풍의 연장선이기 때문이다. 추억의 가수들이 출연해 경연을 벌인 MBC ‘나는 가수다1’(2011)부터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2012~2013)는 한때 대중문화계를 뒤흔들었다. 1990년대 가수들을 초청한 ‘청춘나이트’ 콘서트, 1990년대 음악을 틀어주는 주점 ‘밤과 음악 사이’ 등도 토토가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던 소재다. 굳이 말하자면 토토가 역시 그 아류 중 하나다.

어찌 보면 식상한 소재다. 그럼에도 매번 인기다. 1990년대 대중문화계는 지금보다 훨씬 풍요로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자 역시 1990년대 복고 열풍을 향유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같은 복고 광풍이 불 때마다 약간의 씁쓸함은 남는다. 1990년대 가수들이 새 노래가 아닌 과거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는데 머물러 있어서다.

1990년대 가수들은 공연에서 그때의 히트곡을 부르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당시 스캔들을 끄집어내 소비시킨다. 한때 주체적으로 문화콘텐츠를 생산했던 이들이 지금은 과거의 그것을 끊임없이 재생만 하는 실정이다. 가수 개개인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대중들이 환호하는 지점은 가수 그 자체가 아니라 노래나 분위기를 매개로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는데 있기 때문이다.

추억을 소비하는 ‘복고’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제는 토토가에 나온 가수들이 새로운 곡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20년의 세월에 눈가 주름과 뱃살은 늘었을지언정 가창력만큼은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했던 바다. 아이돌그룹 위주의 대중음악계가 앞으로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가수들로 채워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20년 후에 또 추억할 것들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