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0여개 기업의 공개된 기업윤리 지침 등을 기초로 만든 ‘궁금할 때 펴보는 기업윤리 Q&A 217’를 발간했다고 10일 밝혔다.<자료=전경련>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궁금할 때 펴보는 기업윤리 Q&A 217’에 따르면 이 경우 협력업체 측에서는 절대 요구에 응해서는 안된다. “윤리규정에서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해관계자에게 선물 또는 금품요구 행위를 일절 금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고 충고했다. “직간접적으로 선물 등 금품의 제공을 요구받거나, 제공을 거절해 불이익을 봤다면 해당 거래처 기업윤리 담당팀에게 제보할 것”도 권고했다.

전경련은 ‘기업 임직원들이 매순간 직면하지만 정답이 없는 기업윤리 딜레마’를 상황별로 다루며 지침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자 제목에 있는 217은 “2가지 갈림길에서 1분만 고민하면 7성급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내용은 100여개 기업의 공개된 기업윤리 지침 등을 기초로 했다. 삼성, 현대, SK, LG, GS, 롯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보유한 기업윤리 지침이 책자 발간에 사용됐다. 대기업 임직원들이 지켜야 할 기업윤리와 협력업체를 위한 팁이 Q&A 방식으로 설명돼 있다.

전경련 이용우 사회본부장은 “기업의 모든 임직원들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사소한 부분부터 기업윤리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윤리규정을 위반해 공정위나 검찰로부터 처벌받은 사례들을 보면 이런 문제들이 임직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전체의 경영철학과 연관된 사례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규정 불구 단가후려치기·물량 떠넘기기 등 횡행 

 

‘기업윤리 Q&A’의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항목을 보면 “기존 협력사의 계약기간이 만료됐을 경우, 더 낮은 가격의 업체가격 수준으로 납품단가를 맞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에 대해 “기업윤리에 위배되는 것은 요구하지 말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다른 업체의 가격을 알려주는 비윤리적인 행위에 해당하므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협력사를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중기이코노미

윤리규정이 금지하고 있는 ‘단가 후려치기’는 그러나 다수의 기업들이 행하고 있는 대표적 불공정행위다. 국내 디지털복합기 생산 1위인 신도리코는 2010년에 14개 부품업체를 상대로 일률적인 단가인하를 시행했다가 지난해 8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업체별로 평균 5~18%의 단가 후려치기가 있었으며,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최대 70.7%까지 단가 후려치기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리점에게 추가 매입을 요청하려는 행위’에 대해서도 “판매물량 떠넘기기는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행위”라며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통기간이 지난 직매입 상품의 재고물량을 협력사에 반품시키거나 교환을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판매물량을 협력사에 떠넘기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리점에 대한 물량 떠넘기기는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떠넘기다 이미 한 차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후에도 같은 행위를 반복하다 지난해 판매직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사건이 알려진 뒤 재차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았고, 올 1월에는 법원으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해 1억2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밖에 협력사와의 수의계약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회사의 사전승인을 받으며 품의서 등을 근거로 남길 것, 대외적 이미지를 위해 협력사와의 거래를 중지할 경우 사전에 회사의 방침을 협력사에 주지시키고 계약서에도 근거를 남길 것 등도 제언하고 있다. 협력사의 기술을 사용할 때는 양해를 구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윤리규정 내용 하나하나가 대기업들의 ‘갑의 횡포’가 어떤 양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선물·공식 협찬 받지 말라는데…대우조선, 롯데마트 “태연” 

 

‘기업윤리 Q&A’는 협력사로부터 금품을 받아서는 안된다며, 금품의 정의를 “현금, 수표, 상품권, 유가증권은 물론 부채상환, 보증, 대출이자 대납, 동산 또는 부동산의 무상·염가 제공 등 모든 금전적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권, 할인권의 제공은 물론 콘도 및 골프장 회원권의 이용까지도 금지대상으로 꼽았다. 행사기념품이나 창립기념품 역시 5만원 수준 등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금액을 넘어설 경우 받아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은 임직원 11명이 구속되는 등 26명의 임직원이 연루된 초대형 납품비리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지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임원급 전문위원은 2010년 2월 45만원 상당의 ‘김연아 목걸이’를 납품업체 직원에게 요구해 전달받았고, 아들의 수능시험에 임박해서는 납품업체에 요구해 2돈짜리 순금 행운의 열쇠를 제공받기도 했다. 여행을 갖다 온 전문위원 가족을 차량으로 집까지 데려다주는 일도 있었다.

‘기업윤리 Q&A’는 또 “체육대회나 등산같은 부서 내 행사가 있을 때 협력사로부터 음료수나 주류를 받을 경우”에 대해 “협력사에게 찬조받는 것은 윤리규정에 위배되니 받지 말라”고 충고했다. “찬조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협력사에게 통지해 부담을 주는 행위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협찬에 대해서도 엄밀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롯데마트가 2012년 4월 제5회 롯데마트 여자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48개 납품업자로부터 업체 당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 총 6억5000만 원의 협찬금을 제공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과정에서 상품구매와 진열권한을 가진 영업부문의 상품매입 담당자(MD)들이 납품업자들에게 협찬을 요구한 사실이 지난해 11월 공정위에게 적발돼 과징금 3억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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