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대로 장발장(Jean Valjean)은 빅토르 위고 작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인물이다. ‘장발장 은행’은 이런 장발장들, 죄질이 나쁘지 않은데도 징역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단체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금을 낼 돈이 없어 잉어의 몸이 돼야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은행’이다.

이 시민단체 인권연대가 그동안 벌금제 폐해를 바로 잡기 위해 전개해온 캠페인 ‘43,199’위원회가 만들었다. 법원에서 벌금형을 받은 소년소녀가장, 미성년자, 차상위계층 등에게 벌금액만큼을 빌려줘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의 숫자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세화 ‘협동조합 가장자리’ 이사장이 공동대표고,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고문을 맡았다.

현행법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30일 이내에 현금으로 한 번에 완납해야 한다. 신용카드 납부도 안된다. 이 기간 내에 현찰로 벌금을 내지 못하면 일당을 계산해 벌금액만큼 노역을 해야 한다. 얼마전 구설에 올랐던 황제노역의 근거도 여기에 있다. 인권연대에 따르면 2009년을 기준으로, 이런 조건에 맞게 벌금을 마련하지 못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이 4만3199명이었다. ‘43,199위원회’의 이름이 여기서 유래했다. ‘소득 불평등이 곧 형벌 불평등인 사회를 넘어서기 위해’ 무담보·무이자의 인간신용은행을 설립한다고 인권연대는 밝혔다.

장발장은행은 이들에게 6개월 거치 1년 균등상환 대출의 조건으로 벌금을 빌려준다. 벌금은 이자 없이 한사람 당 최대 300만원까지 빌려줄 예정이고, 6개월 거치 1년 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으면 된다. 한 사람 당 1회에 한해 지원되고, 살인·성폭력 등 파렴치범이나 상습범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시민 모금액 1000만원을 넘기면 바로 문을 열기로 했는데 모집 사흘만에 이 액수를 뛰어넘었다. 이에 따라 오늘(3월2일)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됐다.

‘장발장법’은 아세요?

이와 함께 ‘장발장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4 조항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절도를 했더라도 ‘상습성’이 인정되면 중형. 혹은 혹형에 처하도록 한 이 조항은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와 함께 위헌 결정을 받았다. 배가 고파 라면과 저금통의 현금 2만여원을 훔친 30대 김모씨가 3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참고로 유병언 전 회장 장남 유대균씨는 70억원을 횡령한 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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