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1년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돼 정지된 상태였던 월성1호기는 정기검사를 거쳐 앞으로 10년간 운영을 계속하게 된다.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을 두고 한수원과 시민단체·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려 수년간 이어진 논란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가 싶었지만, 주먹구구식 처리과정에서 불법논란까지 발생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원안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다수 위원들의 의사에 따라 원자력안전법령에 따른 기술기준을 만족하고, 대형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계속운전 심사 및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수용해 최종적으로 계속운전을 허가하기로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밝힌 보도자료를 보면, “오늘 회의에서도 그동안 논의된 바 있는 최신기술기준 적용여부 등과 최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필요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는 표현이 눈길을 끈다. 논의결과 주민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는 것인지, 필요없다는 결론이 난 것인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

지난달 27일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소속 국회의원 19명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이 ‘논의’가 무엇인지를 밝혔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이번 결정이 불법이라는 판단도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12월 29일 개정돼 즉시 시행된 원자력안전법 103조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개최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국회의원 모임들은 “따라서 원안위는 개정법에 따라 한수원으로부터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한 방사성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받아 이를 심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표결강행에 퇴장한 야당 추천위원들은 위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은 다음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개정된 법률에 따라 한수원이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월성1호기에 소급적용 되지 않는다는 원안위 사무처의 유권해석을 강조하며 표결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정부부처가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해석에 논란이 있는 경우에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받는 것이 상식이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야당 추천위원들의 주장은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일반적인 업무처리 방식이다. 만약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 주민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주민의견 수렴은 반드시 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에 관한 문제에서 국회가 만든 법이 무시되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노후원전의 폐쇄 과정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수많은 원전들의 설계수명 종료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들 원전들을 죄다 10년씩 계속운전으로 운영을 연장하면서 하염없이 버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젠가 해봐야 할 원전폐로라면, 빨리 경험해야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음이 자명하다. 불법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원전의 계속운전을 결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 법과 절차를 존중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상식적인 논의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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