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저작물을 만든 사람, 즉 미술로 치면 화가 정도 되겠죠? 그런데 왜 저작자가 누구인지가 문제가 될까요? 그린 사람을 누구인지 모른다는 말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저작자란 저작권 법에서 말하는 저작자를 말합니다. 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저작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저작자가 왜 중요하냐면 저작자는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모두 포함한 저작권을 향유하는 주체이며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저작자가 누구인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런 경우입니다. 미술대학에서 교수님이 “요런 요런 식의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하고 아이디어나 힌트를 제공해 제자가 그렸다면 교수가 저작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또는 전편에서 본 것처럼 데미안 허스트가 동그란 점 그림을 조수에게 한달 안에 100점 뽑아놓으라고 주문한 경우는 어떨까요? 나이든 작가가 팔이 아파서 절반 정도 그리다가 조수에게 마저 그리라고 한 경우는요? 실제로 미국에서 Steve Johannsen의 ‘American Relics(미국의 유산)’이라는 그림에 대하여 Tony Brown이란 사람이 자신도 공동 저작자라고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토니는 스티브에게 “Grant Wood의 American Gothic이란 작품을 패러디 해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하여 스티브에게 제목도 정해주고 해골같은 머리 모양, 보석 장신구, 색은 어떤 식으로 쓰라는 등 세밀하게 지시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림의 보조만 타인에게 맡겼다면 원작자가 저작자이지만, 아이디어만을 타인에게 주어 타인이 그림을 그렸다면 그린 사람이 저작자입니다. 초상화나 캐리커처처럼 창작을 의뢰하거나 주문한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역시 저작자는 그린 사람입니다.(초상권자가 누군지는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초상권은 당연히 모델에게 있지요.)

침팬지나 코끼리 등이 간혹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요. 이들도 저작권자일까요? 아니면 주인이? 안타깝게도 저작권법에서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인도 창작하지 않았으니 저작권자가 될 수 없지요.

공동저작자와 공동저작권

다른 사례를 볼까요? 만약 고등학교 학생 1반이 와서 벽화를 그렸으면 어떻게 될까요? 선생님이 저작자는 아니겠지요? 이 경우는 반 학생 전원이 공동저작자가 됩니다. 그런데 벽화를 1집이 아니라 5반이 각각 1집씩 그렸다고 칩시다. 그러면 5반이 벽화의 공동저작권자일까요? 공동저작권이 되려면, 각각 개별적 이용이 불가능해야 합니다. 판례에 따르면 이 경우는 1반이 1집 벽화의 공동저작권자이지 5반이 함께 5채 집의 벽화의 저작권자가 되지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을 봅시다. 뮤지컬 제작자는 뮤지컬 음악작곡자, 안무가 등과 공동으로 뮤지컬 저작권자일까요? 판례에 따르면 이는 따로따로 분리하여 개별 이용이 될 수 있어서 공동저작권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듯 공동저작권자가 되려면, 각각 저작권이 개별적으로 나뉘면 안되고, 2인 이상이 창작에 관여해야 하고, 창작의 공동관계가 있고, 공동의 작업이라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동저작권의 요건입니다.

공동 저작권이 성립되면 저작권의 행사는 어떻게 할까요? 갑돌이와 갑순이가 공동저작권자일 경우 저작권자 전원의 합의가 없이는 단독으로 저작권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다른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한 사람이 단독으로 처분할 수도 없지요. 다만, 거의 대다수의 공동저작권자가 저작권을 행사하려고 하는데 한 두 사람이 신의에 반하여 합의의 성립을 방해하거나 동의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저작권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똑같이 나누어 가지고, 어느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포기하거나 상속자 없이 사망한다면 그 저작권자의 권리는 다른 저작권자들에게 비율에 따라 나뉩니다.

저작권을 행사할 때에는 공동저작권자가 너무 많아서 대표로 한 명을 세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가 못미더워서 권한을 아주 조금만 줬다고 칩시다. 그러나 거래 상대방은 대표라고 하면 모든 권한이 다 있는 줄 알지 않겠어요? 그래서 대표와 저작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는데 나중에 와서 “이 대표는 그런 권한이 없어요”라고 하면 거래 상대방은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그가 엔터테인먼트 대표라고 해서 계약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이 경우는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대항할 수 없다는 말은 아주 쉽게 말하면 선의의 3자의 믿음을 우선시 한다는 것입니다.

업무상 저작물

업무상 저작물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자선단체는 아는 작가에게 자신의 법인을 상징할 조형물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 만든 후 이 조형물에 대해서 법인과 작가가 서로 자기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작가의 이름은 James Reid이고 조형물의 제목은 Third World America입니다. 조형물에는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예수가 있는데 아래 기단에 “그리고 여전히 빈 방이 없습니다”라고 써있지요. 자선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와 닿지요?

만약에 그냥 저작물이라면 작가의 저작물입니다만, 업무상 저작물이 되면 자선단체의 것이 됩니다. 업무상 저작물이란 법인 등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인 경우 업무상 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이는(다른 계약 등의 정함이 없는 한)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고 합니다.

쟁점은 이 작가가 직원이었는지 도급의 수급인이었는지가 문제입니다. 미국 법원은 필요한 기술의 정도, 장비와 도구를 제공한 사람, 작업장 위치, 당사자간 관계 지속 여부, 고용주가 작가에게 추가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지, 보수지급방식, 작가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지 등을 따져 볼때 직원이 아니라 수급인이므로 이 작품은 제임스 것이라고 하였죠.

그러나 미국 저작권법은 위와 같은 조건에 따라 도급에 해당한다고 할지라도 집합저작물의 일부, 영화 또는 시청각물의 일부, 번역, 부속물, 편집저작물, 설명서, 시험문제, 시험답안지, 지도는 업무상 저작물로 본다는 특례가 있습니다.[글=LG전자 스마트비즈니스센터 김별다비 변호사, curatorstu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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